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후방 안전조치 소홀 왜?… 생활안전 출동땐 매뉴얼 없어

입력 | 2018-04-02 03:00:00

유족들 “안전 보호장구 미지급
후방 삼각대-경광등 설치 안해… 소방당국 조치미흡해 피해 커져”
소방청 “교통사고 처리때만 지침”




충남 아산에서 도로에 풀린 개의 구호 조치 중 교통사고로 숨진 소방관과 소방 교육생들에게 사고 전 충분한 안전조치가 취해졌던 걸까. 일부 유족은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이번 개의 구호 조치와 같은 생활안전 신고 처리에 대한 안전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로 숨진 소방 교육생 문새미(23), 김은영 씨(30)의 유족들은 1일 안전조치 소홀에 대한 법적 책임을 소방 당국에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차적인 책임은 문 씨 등을 뒤에서 들이받은 화물차 운전자에게 있고, 2차 책임은 소방 당국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사고 당시 △소방관과 소방 교육생들이 안전 및 보호 장구를 지급받지 못해 착용하지 못했고 △갓길에 세운 소방펌프차 뒤편에 삼각대나 경광등 등 교통안전 간이시설물이 설치되지 않았고 △안전 경계 대원도 없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화물차 운전자가 (소방펌프차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거나 인지가 늦어 사고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전에 안전조치를 취할 시간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소방 당국과 유족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아산소방서에 따르면 소방펌프차가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 국도 43호 하행선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지난달 29일 오전 9시 42분. 가드레일 너머에서 개를 찾느라 사고를 피한 소방운전원 이모 씨(26)가 소방서에 사고 발생을 보고한 시간이 오전 9시 46분이기 때문에 4분의 시간차가 있다.

아산소방서 관계자는 “4분의 시간차가 있지만 운전원 이 씨가 정신적 충격 때문에 현재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여서 사고 직후 곧바로 소방서로 보고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만일 충격 때문에 사고 직후 보고를 못했다면 거의 도착하자마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경찰이 공개한 소방펌프차의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이 3분가량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은 “경찰이 보여준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까 소방펌프차가 현장에 도착하고 난 뒤 사고가 나기 직전까지 3분이 흘렀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시간 동안 소방관과 소방 교육생들은 펌프차에서 내려 차량 앞쪽에 있었고, 운전원 이 씨는 개를 구하는 데 필요한 망태기를 들고 차량 앞쪽을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나온다”고 말했다.

소방청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에는 교통사고를 처리할 경우의 소방인력과 차량의 안전 조치가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개 구호 조치 등과 같이 생활안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우를 상정한 도로 위 안전조치 매뉴얼은 없다.

소방청 관계자는 “차가 빠르게 달리는 현장에서 작전을 할 경우 반드시 차량 앞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보통 대원 1명이 안전봉을 들고 차량 뒤에서 다른 차량의 통행을 유도한다. 하지만 도로 위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은 없다”고 말했다.

아산=지명훈 mhjee@donga.com·전채은 / 서형석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