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부르크의 대가/J. M. 쿳시 지음·왕은철 옮김/384쪽·1만4800원·문학동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가 ‘악령’을 쓰게 된 과정을 상상하며 한 편의 흥미로운 소설을 완성했다. ‘악령’은 혁명가 네차예프가 비밀결사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던 중 탈퇴하려던 친구 이바노프를 살해한 ‘네차예프 사건’에 영향을 받아 쓴 작품.
저자는 도스토옙스키를 아버지로 내세웠다. 도스토옙스키는 아들이 급진적 혁명 모임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자 자살이 아닌 타살 가능성을 의심하며 파고들기 시작한다. 1869년 러시아를 배경으로 아들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가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루는 가운데 아버지가 느끼는 분노와 죄의식, 욕망을 촘촘하게 비춘다. 후반부로 갈수록 뜻밖의 반전이 일어나며 혁명의 딜레마와 함께 인간 내면에 도사린 추악함과 비겁함, 모순이 터져 나온다. 창작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도구화할 수 있는 인간의 행위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뚤어진 혁명 정신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에 대한 예리하고 서늘한 고찰이기도 하다. 원제는 ‘The Master of Peters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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