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정치부장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14년 낸 책의 제목이다. 아버지(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곳곳에 묻어 있다. 처음엔 ‘아버지(dad)’라고 하려다 41을 제목으로 달았다. 아버지 부시가 41대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부시는 종종 아버지와 함께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낼 때는 마지막에 ‘From 41 & 43’이라고 표기한다. 자신은 43대 대통령이다.
“나는 42대였고, 이제 그녀가 45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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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전 대통령은 23일 구속되기 전까지 비서를 통해 각종 성명을 내면서 꼭 마지막에 ‘대한민국 17대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적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판하면서도 그랬다. 굳이 17대라고 밝히는 이유를 참모들에게 물어봤더니 “그렇게라도 해야 정신줄을 붙잡을 수 있었다”고 했었다. 적폐이자 파렴치범으로 몰리며 헌정사에서 사라지는 건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몸부림이었던 것 같다.
탄핵으로 몇 대였는지 기억조차 흐릿한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의 세월호 관련 추가 의혹 조사 발표로 또 한 번 결정타를 맞았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침실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늘로 구속된 지 딱 1년 된 18대 대통령의 흔적은 헌정사에서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됐다. 검찰 수사와 재판이 더 남았으니 완전히 ‘소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최근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17, 18대의 역사는 부끄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무리 검찰이 먼지 털기식 수사를 했다지만,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을 또 입에 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세월호와 관련해선 국민들 가슴을 시커멓게 태울 또 다른 건이 드러날까 겁부터 난다.
그렇다고 이 두 전직 대통령이 재임했던 2008년 2월 25일부터 2017년 3월 10일까지 9년의 시간 자체를 부정하고, 거론하는 것조차 터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시간 역시 좋든 싫든 대한민국의 역사였다. 언젠가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끝난다면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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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정치부장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