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일 산업1부 기자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 시장이 반응하는 혁신에 대한 ‘역치’가 눈에 띄게 높아졌음을 체감할 수 있다. 전자 업계를 담당하니 모바일 신제품 공개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게 되는데 “직접 보니 어땠어?”처럼 호기심 어린 질문을 받는 횟수가 점점 주는 것이 느껴진다. 반대로 “크게 바뀐 게 있겠어?”라는 반응은 늘었다.
사실 더 이상 모바일은 혁신이라 부를 만한, 혁신을 할 만한 부분이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전략 스마트폰을 가르는 ‘대화면’이라는 기준점도 대부분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가 커지면서 모호해졌다. 삼성전자 노트 시리즈는 펜이라도 차별화되었지만 다른 스마트폰들은 소비자들이 겉모습으로는 모델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모바일 기업들이 ‘완성형’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이러는 사이 짧게는 1년, 길어도 1년 반에 불과했던 모바일 교체 주기는 계속 길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쓰던 모바일을 반납하면 보상해주고, 마케팅을 강화해 교체 주기를 단축시키는 전략을 택했고, LG전자는 한 번 사면 오래 쓸 수 있도록 기능을 수시로 업그레이드해 주는 방식을 택했다. 어떤 전략이 효율적일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소비자의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카메라 성능을 디지털카메라 못지않게 만들어도, 모바일 전면의 90%를 디스플레이로 채워도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중국 ZTE는 얼마 전 화면 두 개에 경첩을 단 것이 전부인데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이라고 공개해 글로벌 미디어들의 웃음을 샀다. 폴더블은 운영체제(OS)나 사용자 경험 면에서 수십 가지 허들(장애물)이 앞에 쌓여 있어 기업들이 소비자 마음까지 달려오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ZTE도 이를 알았겠지만 이들 역시 높아진 역치에 억지로 혁신에 도전하려다 나온 헛발질이 아니었을까. 기업들이 점점 더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어려워지고 있다.
서동일 산업1부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