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
28일 중국 정부가 관영 매체들을 통해 발표한 시 주석과 김 위원장 회담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26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니(你)”라고 불렀다. ‘니’는 ‘너’라는 뜻으로 아랫사람이나 친구에게 쓰는 호칭이다. 윗사람일 경우도 친할 경우 쓴다. 시 주석은 “내가 최근 국가주석으로 다시 선출된 데 대해 네가 가장 빨리 축전을 보냈다. 이에 감사를 표시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 발표문은 전했다. 반면 김정은은 시 주석을 ‘닌(您)’으로 불렀다. ‘닌’은 ‘니’의 경어로 ‘귀하, 당신, 선생님’ 정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당연히 중국에 와서 귀하(시 주석)를 직접 만나 축하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회담이 진행되면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각각 상대를 “위원장(김정은) 동지” “총서기(시진핑) 동지”라고도 불렀다고 중국 발표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BBC 중문판은 “양측이 상대를 부를 때 대등하지 못한 관계임을 부각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측 발표문임을 감안할 때 시 주석은 분명히 중국어로 ‘너’라고 불렀을 것이지만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어떻게 불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중국 측 통역이 ‘닌’이라고 통역했을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날 만찬 축사에서 시 주석을 “존경하는 총서기 동지”라고 불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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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에게만 유독 ‘너’라는 표현을 썼다고 중국 측이 발표한 것은 시 주석이 형님 또는 아버지 같은 위치에서, 동생 또는 아들 같은 김정은을 대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FT)는 관영 중국중앙(CC)TV가 28일 공개한 북-중 정상회담 장면은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꾸짖는 아버지와 꾸지람을 듣는 아들과 비슷한 역학관계를 보여줬다”며 “(김 위원장이) 돌아온 탕자처럼 묘사됐다”고 분석했다.
CCTV 캡쳐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9일자 1면 대부분을 할애해 시 주석과 김 위원장 회담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2면에도 평론과 각국 반응을 실었다. 그간 정상회담 결과를 1면에 보도했지만 4단 중 2단으로 보도하는 게 관례였다. 이번처럼 4단 전체로 보도한 적은 드물었다. 런민일보 해외판은 “북-중 고위급 교류는 올해 초 거론되던 중국 배제론(패싱)의 논조를 사라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29일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 ‘김정은’은 검색되는 반면 ‘리설주’는 검색되지 않았다. 중국 네티즌들이 리설주에 관심을 쏟아내면서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과 비교까지 나오자 중국 검열 당국이 검색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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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윤완준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