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 신작 ‘킬롤로지’ 4월 26일 국내 초연 주인공 이석준-이주승
연극 ‘킬롤로지’에서 데이비 역을 맡은 이주승(왼쪽)과 알란 역의 이석준은 “지난해 영국에서 화제가 된 작품을 국내에 처음 선보이게 돼 기대가 크다”며 “깊이 있으면서도 관객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연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4월 26일 국내 초연되는 킬롤로지는 3명의 배우가 독백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독특한 구조다. 온라인 인간 살상 게임 킬롤로지와 동일한 방법으로 처참하게 살해당한 데이비, 아들이 살해된 후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를 결심한 아버지 알란, 살인을 위한 게임 킬롤로지를 개발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폴. 이들은 1인극 같은 3인극을 선보인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알란 역을 맡은 배우 이석준(46)과 데이비 역의 이주승(29)을 22일 만났다. 연습실에서는 배우들이 각자 벽을 보고 연습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석준은 “3명의 배우 모두 독백으로 대사를 이어가는 데다 외워야 할 대사량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각자 벽 보고 대사를 외우는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이주승은 “1인극 형식의 독백 연극은 처음이라 막막하다”면서도 “공연이 끝날 즈음엔 배우로서 한 뼘 성장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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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이 진짜 독특해요. 상대 배우와 내 이야기 간의 간극이 없어요. 처음 대본을 받고 두 페이지만 여섯 번 읽었어요. 고서적을 읽는 느낌이랄까요. 배우로서 최대의 위기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야기 구조가 이해되며 확 빨려들어 가더라고요. 막판에 알란의 독백 역시 ‘아, 얘가 이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왔구나’ 하고 깨닫게 만들죠.”(이석준)
“저도 대본을 읽는 데 하루가 넘게 걸렸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어려웠죠.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의미 있는 실패란 생각이 들었고, 도전하기로 했어요.”(이주승)
배우 추상미의 남편인 이석준은 ‘프로즌’ ‘카포네 트롤로지’ 등 최근 몇 년간 주연으로 열연한 연극마다 인기를 끌었다. “왜 나한테 계속 좋은 기회가 오는가. 나름대로 분석을 해봤죠. 또래 배우 중에 이른바 ‘뜬 사람’들은 TV나 영화계로 진출했어요. 대학로에 남은 게 저밖에 없더라고요. 운이 좋았죠.”(이석준)
장난과 겸손 사이에서 말을 이어가던 그는 “최근 들어 대학로에서 극장 파괴 형식의 연극이 유행하면서 캐릭터가 강한 배우보다 변화에 대한 적응이 빠른 배우가 유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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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7월 22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4만∼5만5000원. 02-766-6007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