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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상 불펜전환에서 읽는 SK의 투수육성 정책

입력 | 2018-03-21 05:30:00

SK 윤희상. 스포츠동아DB


SK 투수 윤희상(33)은 2018시즌부터 불펜투수로 전업했다. 윤희상은 데뷔 이래 SK의 주력 선발투수 중 한명이었다.

대개 선발이 불펜으로 이동하면 ‘밀렸다’는 이미지가 생긴다. 윤희상도 선발에 애착을 가졌던 투수인 만큼 상실감이 없지 않았을 터다. 그러나 SK는 최대한 윤희상의 선택을 존중했다. 2017시즌 헐거웠던 SK 불펜이 왜 그를 필요로 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윤희상의 납득을 끌어냈다.

SK는 미국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윤희상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선발로서 던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방침이 그것이다. SK 선발진은 켈리~김광현~산체스~박종훈~문승원으로 짜여졌다. 꽤 강력한 선발진이지만 변수도 적지 않다. 특히 시즌 투구수 제한(2200구 내외)을 받는 김광현의 등판 간격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대체선발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현실화되어도 윤희상을 선발로 돌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SK의 투수육성 시스템과 맥이 닿는다. SK는 “선발은 선발로, 불펜은 불펜으로서 육성을 시킨다. 시즌 준비도 보직에 맞춰 매뉴얼을 실행한다.” 캠프에서 불펜 훈련한 선수를 팀이 당장 급하다고, 경험이 많다고, 선발로 돌리면 시스템은 정체성을 잃는다.

당장의 1승을 놓치더라도 1군 선발이 비면, 2군 선발에서 올리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뜻이다. 불펜도 마찬가지로 특정 보직 선수가 어떤 사유로 이탈하면 2군에서 같은 보직을 해왔던 투수를 우선적으로 택하겠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윤희상은 오직 불펜투수로 던진다는 생각만으로 몸을 만들어왔다. 그동안 KBO리그는 괜찮은 신인이 나오면, 불펜으로 던지게 한 뒤 나중에나 선발기회를 줬다. 팀 사정에 따라 선발 스타일인데 불펜에 머무는 투수도 있었다. 그러나 SK는 처음부터 투수의 특성에 맞춰 선발감, 불펜감 육성을 시험하고 있다. 시도만으로도 일단 의미 깊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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