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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엔 돌-폭탄 들고, 지금은 SNS로… 성평등 외치다

입력 | 2018-03-08 03:00:00

8일 세계 여성의 날… ‘현대판 서프러젯’ 미투혁명




스노보더 클로이 김 바비인형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계 미국인 스노보더 클로이 김이 인형으로 탄생했다. 세계적 완구업체 마텔이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여성들의 다양한 역할 모델을 표현하기 위해 6일 공개한 17종의 새로운 바비인형 중 하나다. 클로이 김 외에도 한 손에 대형 카메라를 든 영화 ‘원더우먼’의 감독 패티 젱킨스, 짧은 머리에 가죽재킷을 걸친 여성 비행사 어밀리아 에어하트를 닮은 인형도 공개됐다. 금발에 하얀 피부,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기존 바비인형으로는 더 이상 여성들의 다양한 역할상을 표현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스노보더 클로이 김 바비인형

올해 110주년을 맞는 세계여성의날(8일)은 ‘미투’ 바람으로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특히 올해는 20세기 초 영국 여성 참정권 운동인 ‘서프러젯’의 결실로 30세 이상 여성이 참정권을 얻은 국민투표법이 제정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앞서 4일 영국 런던 시내에서 열린 ‘여성을 위한 행진(March4Women)’은 미투 운동으로 고발되고 있는 직장 내 성폭력을 근절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100년 전 서프러젯 운동을 기리는 자리였다. 서프러젯 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복장을 하고 당시 운동 슬로건인 ‘말 대신 행동으로(Deeds not words)’라고 쓰인 띠를 두른 여성들은 ‘성폭력을 근절하자’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프러젯 운동을 이끌었던 에멀라인 팽크허스트의 증손녀 헬렌 팽크허스트 박사는 최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서프러젯의 투쟁정신이 미투 운동으로 부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8년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고 중요한 해가 되었다”며 “우리는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에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도 최근 서프러젯 운동과 미투 운동의 유사점을 분석하면서 가장 큰 공통점으로 ‘시위의 힘’을 꼽았다. 100여 년 전 영국 여성들은 참정권 획득을 위해 돌과 폭탄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여성들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권력자의 성폭력을 고발하면서 연대하고 있다. 100년이 넘는 시간차를 둔 두 운동 모두 세계적인 규모로 목소리를 키웠다는 것도 닮은 점이다. 팽크허스트 박사는 “여성들이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말하고, 함께 모여 ‘우리가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외치는 것이 두 운동의 공통점이다”라고 말했다.

여성들이 서프러젯 운동으로 정치적 불평등의 시정을 요구했다면 미투 운동은 조직 내 위계질서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 문제 해결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미투의 진원지인 미국을 비롯해 영국 등 유럽에서는 ‘조직 내 성평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활동 참여 및 기회 분야는 정치적 권한 분야와 더불어 남녀 격차가 가장 심한 편이다. 특히 남녀 간 경제적 차별이 완전히 없어지려면 217년이 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여성이 무임금 노동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데다 직장 내 임금 격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유엔여성기구 측은 “여성의 권리, 평등, 정의를 위한 전례 없는 세계적 운동에 이어 여성의날이 다가왔다”며 “(변화를 일으킬) 때는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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