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세계무역전쟁]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회원사들의 뜻을 모아 철강제재를 재고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미국 내 주요 인사들에게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전경련은 국내 5대 경제단체 가운데 전통적으로 미국 기업 및 정계와의 네트워크가 강하다. 정부도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 미국 워싱턴을 찾아 통상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재계가 힘을 모아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을 이용해 설득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올 초 보고서에서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수입 철강 제품에 8∼30%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미국 내 철강을 소비하는 산업에서 노동자 20만 명이 실직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1월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이후 또다시 무역 제재 폭탄이 떨어졌다. 회원사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의견을 내서 서한 등을 통해 미국을 직접 설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재계 의견을 모아 A4용지 5장 분량의 영어 서한에서 미국의 철강수입제재에서 한국을 제외해야 하는 5가지 이유를 적시했다.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역사적·군사적 혈맹관계 △한국이 미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 △중국산 철강 제품의 우회 수출 국가가 아님 △철강제재 시 미국 경제 악영향 가능성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능성 등이다. 허 회장은 서한 말미에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좋다(Friends and wines improve with age)’는 미국 속담을 인용하면서 오랜 역사를 지닌 한미 양국의 우정과 교류가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
재계가 미국 정재계를 설득하기 위해 내세우는 가장 큰 명분 중 하나는 ‘한국이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으로서 미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미 투자액은 1∼9월까지 약 131억800만 달러(약 14조1560억 원)로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시점인 2012년 한 해와 비교해도 갑절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철강 제재가 미국 경제에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외교력 총동원”
산업부 등에 따르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을 찾아 로스 상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을 만나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 철강 제품 중 중국산 비중이 2.4%에 불과하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 김 본부장은 5일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철강 문제와 한미 FTA 개정 협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의 철강제품 관세부과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지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 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1급 간부회의를 열고 통상이슈 점검을 위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이른 시일에 개최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변종국 bjk@donga.com / 세종=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