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3·1절 99주년] <上> ‘독수리 작전’ 훈련 현장 첫 확인 광복의 전진기지 中시안을 가다
한시준 단국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광복군 대원들이 교량 건설, 절벽 오르기 등 훈련을 했던 협곡을 가리키고 있다. 시안=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백범 김구 선생의 1945년 8월 ‘백범일지’에는 이 같은 기록이 나온다. 이 비밀훈련은 한국광복군과 미국 OSS가 공동으로 진행한 ‘독수리작전’이다. 대원들이 독수리처럼 낙하산을 타고 한반도에 침투해 정보수집과 거점 확보 등을 통해 광복을 실현한다는 군사계획이었다.
당시 백범이 찾아간 학생들은 그해 5월 11일부터 8월 4일까지 3개월간의 교육을 끝낸 1기 광복군-OSS 대원들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군함도’에서 광복군-OSS 대원으로 나오는 박무영(송중기 역)의 실제 모델이다.
백범일지의 기록과 같은 내용이 미국 OSS의 기밀문서 ‘독수리작전 관계서신 및 평가계획’에도 있다. 독수리기지 훈련본부는 중국 시안시 두취진의 광복군 제2지대 본부와 같은 건물을 썼다. 본보는 지난달 28일 백범일지와 OSS 자료를 바탕으로 훈련장소를 추적해 확인했다.
○ 절벽 오르고 사격, 폭파 훈련
민가 30여 채를 지나고 나니 미퉈구사라는 절이 나왔다. 588년 수나라 때 세워진 이 절은 1939년 중국 국민당 중앙군관학교 제7분교(황포군관학교의 후신)가 사용한 곳이다.
“종남산(중난산) 봉우리에서 오로지 밧줄만을 지닌 청년들이 매듭을 짓고, 절벽을 오르내렸다. (미국 교관에게) ‘중국 학생들에게도 발견하지 못한 해답(성과)을 귀국(貴國) 청년들에게서 발견했다. 참으로 전도유망한 국민이오’라는 찬사를 받았다.”(백범일지)
백범이 표현한 그대로였다. 지금은 일부 등산객들만 찾지만 73년 전 나라를 잃은 한국 청년들의 뜨거운 발자취는 남아 있었다.
○ “미완의 계획, 기억은 완성돼야”
1945년 광복군 대원들이 중국 시안 광복군 제2지대 본부에서한국 미국 중국 구기를 들고 도열한 모습.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제공
한국광복군의 역사는 지금도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 미퉈구사 훈련지에는 광복군-OSS의 훈련지라는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두취진의 한국광복군 2지대 본부에는 2014년 이를 알리는 표지석을 세웠다. 하지만 광복군-OSS 훈련장소라는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반쪽짜리 역사만 기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교수는 “광복군-OSS의 훈련 장소는 연합국의 일원으로 독립을 이루려 했던 한국사의 가장 의미 있는 장소 중 한 곳이다”며 “광복군-OSS 훈련장소를 기억할 수 있도록 특별하게 관리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안=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