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한문단편집’ 45년만에 재출간한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1973년 스승 이우성 교수와 낸 초판… 한문 단편의 문학적 가치 첫 조명 ‘용재총화’ 속 금강산 유람 이야기, 2016년 연극 ‘불역쾌재’ 모티브 “한문 단편 생명력 현대로 이어져”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서울 종로구의 연구실에서 스승인 고 이우성 교수가 보낸 편지 등을 모아 놓은 서류철을 보고 있다. 임 교수는 “이 선생님은 선비인 동시에 근대적 지식인이었다”고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고 이우성 성균관대 명예교수
임 교수는 이 교수의 대학 제자도 아니고, 논문 지도를 받지도 않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65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 교수는 서울대 국문과 졸업을 앞두고 한문학을 연구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앞이 막막했다. 당시 대학에 한문학은 전공이 없었고, 우리 문학으로 취급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학과 한문학에 명성이 높던 이 교수님의 연구실을 불쑥 찾아갔지요. 우리 문학 유산으로 굉장한 가치가 있으니 열심히 공부해서 깊이 분석하면 훌륭한 학자로 대성할 것이라고 용기와 자극을 주셨지요. 연구실에서 나와서 명륜동 길을 함께 걸으면서 시내버스를 탈 때까지 정말 많은 말씀을 해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초역을 해서 서울 미아리의 교수님 댁으로 가져가면 수정을 해 주셨지요. 전형적인 학자의 집이었지요. 묵향과 책 냄새가 댁 안에 가득하던 것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그렇게 ‘이조한문단편집’ 초판이 1973년 나왔다. 이 책과 후속 연구를 통해 실체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던 한문 단편이 우리 문학사에서 사실적인 서사문학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당대 현실을 리얼하게 반영한 한문 단편은 16세기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18, 19세기 야담이라는 이름으로 꽃을 피웁니다. 20세기 들어서도 창작성은 떨어지지만 옛것을 통속적으로 다시 살린 ‘야담’이라는 대중잡지가 있었지요.”
임 교수는 우리 근대 소설이 서구와 달리 단편이 중심이 되는 특수함을 가지게 된 것도 한문 단편에서 연원한다고 설명했다. ‘장길산’이나 ‘객주’와 같은 장편이 탄생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는 것.
“양반에 대한 중인의 역사적 승리를 상징하는 이야기 ‘김령(金令)’과 박진감 넘치는 군도(群盜)의 이야기 ‘월출도(月出島)’입니다. 잠재 가치가 무궁무진한 한문 단편이 현대적인 문화예술로 재창조되기를 기대합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