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노동자 고용-복지 혜택, 일반기업 수준 축소’ 개혁안 발표
마크롱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26일 ‘철밥통’의 대명사인 프랑스 국가철도공사(SNCF) 소속 노동자들의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의 개혁안 개요를 발표했다. 필리프 총리는 “노동자들이 점점 일은 덜 하는데 비용은 더 들고 그 부담은 국민이 담당하고 있다”며 “철도 네트워크가 무너지고 있다.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혁안의 핵심은 신규 철도노동자들의 고용 보장과 복지 혜택 수준을 일반 기업 수준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필리프 총리는 “26만 명의 SNCF 직원은 평생 직장뿐만 아니라 일반 노동자(은퇴 연령 62세)보다 10년 정도 빠른 50대 은퇴까지 보장받고 있다”며 “신규 고용자들은 일반 기업 노동법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SNCF를 민영화하지는 않되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는 자율 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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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프랑스식 강한 노조의 상징이 된 철도노조는 철도 관련 사안뿐 아니라 국가가 공공기관에 경쟁체제 도입이나 복지 개혁을 추진할 때마다 앞장서서 반대했다. 1995년 알랭 쥐페 당시 총리가 복지 개혁을 시도하자 철도노조가 앞장서 3주 동안 교통을 마비시켰다. 결국 개혁안은 흐지부지됐고 총리직 사임까지 이어졌다.
그 사이 SNCF는 정부의 골칫거리가 됐다. 누적 적자가 466억 유로(약 62조 원)에 달해 매년 엄청난 규모의 국고가 투입되고 있다. 기차 한 대 운행 비용이 유럽 다른 나라보다 30% 더 들고, 차량 평균 사용 연한은 30년으로 독일(15년)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런데도 프랑스 일반 기업의 노동자 임금이 평균 1.5% 오를 때 SNCF 직원 임금은 2.4%씩 올랐다.
칼을 빼든 마크롱 정부는 3월 중순 구체적인 SNCF 개혁 법안을 제출한 뒤 여름 전까지 신속하게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의회 투표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우회 처리하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포했다. 일단 여론은 우호적이다. 프랑스 방송 RMC가 27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69%가 정부의 SNCF 개혁안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개혁에 중단은 없다”고 선언한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정치, 경제, 교육 분야까지 전 분야에 걸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개혁안을 연일 발표하며 프랑스를 변화시키고 있다. 마크롱 정부는 이달 들어서만 공무원 개혁안(1일), 견습제도 개혁안(9일), 대입 입시 개혁안(14일), SNCF 개혁안(26일)을 연이어 발표했다. 하나같이 프랑스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폭발력이 강한 사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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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효율화 추진은 정치와 교육에도 도입되고 있다. 마크롱 정부는 국회의원 수를 3분의 1 축소(하원 577명→400명, 상원 348명→200명)하고 국회의원 4선 연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제출하라고 상·하원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너무 많아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회가 자체 개헌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국민투표에 부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민의 90%가 이 개혁안에 찬성하고 있다.
이런 마크롱 정부의 불도저식 개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간 르피가로는 “하나같이 엄청난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이라며 속도 조절을 주장했다.
당장 노조들은 다음 달 14일과 22일 대형 파업과 시위를 예고하며 벼르고 있다. 철도 개혁안과 관련해 4개 노조 지도자들은 27일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노동자의힘(FO) 사무총장 프랑수아 그라사는 “공공서비스 파괴 선언”이라며 “승객과 노동자의 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경제지표는 일단 마크롱 편이다. 이달 발표된 지난해 4분기(10∼12월) 프랑스 실업률은 8.9%로 2008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고용률은 65.7%로 1980년대 초 이후 최고 수치로 올랐다. 마크롱 측근은 “개혁 분야에 금기는 없다”며 중단 없는 개혁 추진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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