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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 롯데지주 큰산 넘었다… “6개 계열사 합병”

입력 | 2018-02-28 03:00:00

임시주총서 분할-흡수案 승인




롯데지주가 롯데상사 한국후지필름 등 6개 계열사를 분할·흡수합병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총수 부재 상태의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통한 ‘뉴 롯데 건설 가속화’로 가는 길목에서 큰 산을 하나 넘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 측 주주들이 롯데지주의 6개 계열사 흡수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신뢰를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는 신 회장이 구속된 뒤 첫 번째 과제를 무사히 마쳤다.

롯데지주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 계열사의 분할합병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5811만5783주 가운데 과반수인 3900만9587주가 참석했고, 이 중 3395만358주(87%)가 분할합병에 찬성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 측 주주들(3.6%)이 합병안에 찬성했다는 점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일본 주주들의 신 회장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6개 계열사는 4월 1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리된 뒤 같은 날 투자회사가 롯데지주에 합병될 예정이다. 이날 합병으로 의결권 기준 신 회장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합병 전과 비교해 6.6%포인트 오른 60.9%가 돼 신 회장의 지배력은 더 강화됐다.

이날 분할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하며 롯데그룹 내 모든 순환출자 고리가 사라졌다. 순환출자는 그룹 내 계열사가 서로 자본금을 출자하는 방식이다. 이를 이용하면 최대주주가 적은 지분을 갖고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어 불투명한 지배구조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는 2014년 6월 기준 75만 개에 이를 만큼 복잡했다. 2014년 하반기까지 순환출자 고리를 416개로 줄인 롯데는 2015년 7월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혁을 약속했다. 신 회장은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며 지난해 10월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이날 합병안 통과로 롯데그룹 92개 계열사 중 53개 계열사가 롯데지주에 편입됐다.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등 38개 계열사는 여전히 ‘구(舊)지주’ 역할을 해 온 호텔롯데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분의 99%를 가지고 있다. 롯데는 장기적으로 호텔롯데를 포함해 화학, 건설 계열사를 지주에 편입할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등이 아직 한국 롯데지주 계열사의 지분을 일부 가지고 있긴 하지만 순환출자는 모두 끊겨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있다”라며 “시간을 두고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장기적으로 지주에 합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총이 무사히 마무리되자 재계 안팎에서는 황각규 부회장이 총수 부재 이후 첫 경영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황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일부 주주들이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것이란 의견이 있다”, “(일본롯데의) 롯데지주 합병과 관련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자 직접 “일본 주주들이 의결권을 위임해 분할합병안에 찬성 의사를 전했다”며 주주를 안심시켰다.

황 부회장은 주총 뒤 기자들과 만나 “주주분들이 많이 참석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신 회장이 강조했던 것처럼 지주사 전환으로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 시점과 관련해서는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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