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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 길을 묻다]국보급 투수 출신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 감독

입력 | 2018-02-24 03:00:00

신상필벌 철저히… 단, 선수들과 눈높이 맞춰라




‘국보급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년 반을 쉬면서 팀원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게 진정한 리더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55)은 현역 선수시절 ‘국보급 투수’로 통했다. 1985∼95년 통산 146승(40패) 132세이브에 평균자책은 1.20에 불과했다. 총 1647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 1698개를 잡았다. 매 이닝 삼진 한 개 이상을 잡은 셈. 피홈런은 겨우 28개뿐이었다.

사진촬영=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슈퍼스타급 선수는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그는 예외였다. 삼성에서 2004년 수석코치와 2005년 감독으로 각각 우승을 이끌었다. 삼성에서 7년(2004∼2010년), KIA에서 4년(2011∼2014년)간 감독을 맡기도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현역 감독 때 시행착오를 되돌아보며 2년 반을 쉬면서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며 특유의 털털한 미소를 지었다.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55)의 현역 선수시절. 

김유겸 서울대 교수(체육교육)는 선 감독을 카리스마와 합리성을 갖추고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라고 평가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실패와 부활을 경험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혔고, 스타 출신이면서도 조직원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삼성 감독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반면 KIA 사령탑으로는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을 낸 것이 오히려 지도자로 성공할 토양이 됐다”며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아 기대되는 리더”라고 덧붙였다. 선 감독에게서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론을 들어봤다.

○ 칭찬과 비판을 철저히 하라

“경기 직후 감독실에서 호출이 오면 ‘맞거나 돈 받거나’ 둘 중 하나였죠.”

선 감독은 리더의 자질을 묻는 질문에 올해 초 지병으로 별세한 호시노 센이치 전 주니치 감독(라쿠텐 부회장) 얘기를 먼저 꺼냈다. 호시노 감독은 주니치, 한신, 라쿠텐에서 총 14년간 감독을 맡으며 리그 우승 3회, 일본시리즈 우승 1회(라쿠텐)를 일군 명장이다.

호시노 감독은 신상필벌에 철저했다. 1996년 한국야구 선수로 처음으로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선 감독이 첫해 부진을 거듭하자 2군행을 지시했다. “감독님은 ‘네 어깨에 있는 태극기를 떼고 공을 던져라. 네 실력으로 한번 붙어보라’고 하시더군요. 구종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힘보다 제구력을 연마하라는 조언이 도움이 됐죠.” 그 덕분에 선 감독은 1999년까지 4년간 98세이브(10승 4패 평균자책 2.70)를 거두며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렸다.

호시노 감독은 경기장에선 못하는 선수를 가차 없이 혼내는 엄격한 지도자였지만 사복을 입으면 ‘큰형’ 같은 존재였다. 선 감독은 “은퇴하는 선수에게 조용히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따뜻함을 가진 분”이라고 회상했다.

사진촬영=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귀를 기울여야 마음이 열린다

선 감독이 꼽은 리더의 또 다른 덕목은 소통 능력이었다. “제가 선수생활을 하던 시절(1980, 90년대)의 감독들은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는 존재였죠. 하지만 이제는 선수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리더십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선 감독은 요즘 젊은 선수들과 소통에 신경을 쓴다. 훈련을 마친 선수들에게 농담을 건네며 대화를 나눈다. 선수들도 격의 없이 그에게 “어떻게 해야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느냐” “제구력 잡는 법을 알려 달라”라는 질문을 던진다.

선 감독은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는다. 당장 올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 금메달이 목표다.


○ 뛰어난 참모에게 맡겨라

한국 프로야구에서 명장으로 꼽히는 두 인물이 있다.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과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고문이다. 김 협회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했다. 해태에서 9회, 삼성에서 1회 등 10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반면 김 고문은 코치들을 통해 선수들이 100% 자기실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분업형 리더’다. 그렇게 두산 감독 시절 1995,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2006년 야구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9년 준우승의 대역사를 썼다.

선 감독은 김응용의 카리스마 리더십과 김인식의 참모 기용법을 결합하고 싶어 했다. 여기에 ‘승장 곁에 좋은 참모가 있다’는 평소 지론을 더할 생각이다. “삼성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건 한대화 류중일 코치 등 좋은 참모가 있었기에 가능했죠. 참모에게 각각의 역할을 맡겨야 팀도 살아납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