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조사땐 “문제없음” 판정… 학부모-환경단체 재조사서 발견 조희연 교육감 “학교 잠정 폐쇄 검토”
겨울방학 동안 석면철거 공사를 한 서울 관악구 인헌초등학교 곳곳에서 다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 인헌초는 교육청 조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환경단체와 학부모가 주축이 된 재조사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 석면철거 공사를 한 학교는 서울 79개교를 포함해 전국 1240곳에 이른다. 이 학교들에서도 여전히 비슷한 문제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낙성대동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헌초 교내에서 채취한 시료 32건을 분석한 결과 15개 시료에서 1∼4%의 석면이 나왔다”고 밝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장은 “이번 조사에서 백석면뿐 아니라 건강에 더욱 치명적인 갈석면과 청석면도 검출됐다”고 말했다. 갈석면과 청석면은 석면 종류 6개 중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로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사용을 금지했다.
인헌초 학부모 50여 명은 이날 방진 마스크를 쓴 채 기자회견장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거세게 항의했다. 방은영 인헌초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교육당국과 (석면철거) 업체는 ‘겨울방학 안에 공사를 끝내야 한다’ ‘자재 교체 및 추가 청소에 쓸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다른 학교는 문제가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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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연성과 내연성이 뛰어나 한때 건축자재로 널리 쓰인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입자가 뾰족한 석면은 폐에 들어가면 폐포에 박혀 악성 종양을 만든다. 공사 중 나온 석면 잔재물은 가루 입자 형태라 많은 양의 석면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수될 수 있다.
임우선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