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1시 반경 찾은 강원 강릉시의 한 모텔 카운터에는 평창 겨울올림픽과 관련한 전단지가 가득했다. 카운터의 ‘정가’는 성수기 기준 12만~15만 원이지만 실제로는 4만 원만 내면 투숙이 가능하다.
강원 평창군의 한 민박집 사장 김모 씨(51)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희망에 부풀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시작되면 수많은 선수와 가족들, 관광객들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을 믿었다. 2000만 원을 대출받아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TV와 냉장고 이불도 싹 바꿨다.
그러나 지금까지 받은 손님은 ‘제로(0)’. 손님이 없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 보일러를 켜놓아 유지비만 나가고 있다. 일손 부족에 대비해 임시로 고용했던 아주머니들은 8일 만에 그만뒀다. 김 씨는 답답한 목소리로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그렇게 크다는데 현실적으로 와 닿는게 왜 없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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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갈린 평창-강릉 숙박업소 ‘희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폭리 논란’이 일었던 경기장 인근 숙박업소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18~20일 강릉시와 평창군의 올림픽 경기장 인근 숙박업소를 살펴봤다. 글로벌 애플리케이션 제휴 등을 앞세운 고급 리조트나 호텔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가득했다. 반면 모텔 등 저가형 업소들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손님에 한숨만 쉬고 있었다.
모텔이나 민박 중에는 관광객 눈높이에 맞추겠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시설 개선 등에 비용을 투자한 곳이 많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돈을 들인 곳도 있다. 사실상 휴업 상태였던 건물에 수억 원의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19일 오후 강원 평창군의 한 숙박업소에서 업주가 빈 객실을 청소하고 있다. 이곳은 올림픽 경기장과 멀지 않지만 투숙객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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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 앱이 변수…일부 ‘자승자박“ 지적도
반면 1박 가격이 30만~40만 원대인 고가형 숙박업소들은 실적을 내고 있다. 이들의 주요 수입원은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글로벌 숙박 중개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했던 것이 주효한 것이다. 강릉의 한 호텔에는 평일 80%가량, 주말에는 만실을 기록하고 있다. 숙박 앱에는 객실 가격을 현장(30만 원)보다 높은 최대 49만 원에 올려놨지만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손해 볼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S레지던스 지배인 박모 씨(57·여)는 ”올림픽 기간 중 객실 80% 정도가 차 있고, 이들 중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앱을 통해 미리 후기 등을 살펴본 뒤 예약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객실 상태가 좋은 업소에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속철도(KTX) 가격이 변수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객실비 10만~15만 원을 주고 모텔에서 숙박하는 대신 KTX 값 2만~4만 원을 내고 서울이나 양평 등 관광이 용이한 곳에서 묵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강릉역에서 만난 권모 씨(30)는 ”숙박비 논란이 많아 아예 예약을 포기하고 KTX를 타고 왕복해가며 관람 중이다. KTX라 이동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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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강릉=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평창=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