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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 집시 배우, 생활고 겪다 사망

입력 | 2018-02-21 03:00:00

연기 근처에도 안 가본 나지프 무이치, ‘가난한 가장’ 그린 다큐로 2013년 수상
생계 어려워 1월 트로피 팔아




2013년 세계적 영화제인 베를린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심사위원 대상(은곰상)을 수상했던 보스니아 집시 출신의 나지프 무이치(사진)가 48세를 일기로 숨졌다.

20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무이치는 18일 보스니아 스바토바치의 가난한 고향 마을에서 지병으로 숨졌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소 앓고 있던 당뇨합병증으로 추정된다.

보스니아 출신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은 쓰레기더미 근처의 쓰러져 가는 집을 찾아가 무이치와 동거녀, 자녀 둘의 이야기를 9일 동안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시나리오도 없었고 예산은 1만7000유로(약 2258만 원) 정도만 들었다. 무이치는 영화제 수상식에서 “나는 배우가 아니라 단지 내 이야기를 연기했을 뿐이다. 배역은 내 가족 속에 있는 나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다큐는 2013년 부산영화제에서도 소개됐다. 다큐로 이름을 알렸지만 무이치는 생활고 때문에 다시 원래의 직업인 고철상으로 돌아갔다. 무이치는 승용차 등 개인 물품을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하다 결국은 올해 1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받은 은곰 트로피를 5000달러(약 536만 원)에 내다팔았다. 당시 그는 트로피를 판 이유에 대해 “매우 힘든 결정이었지만 아이들이 3일간 거의 먹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