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서 ‘올림픽 찬가’ 열창 ‘평창 디바’ 소프라노 황수미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무대에서 올림픽 찬가를 부른 소프라노 황수미 씨. 조수미 씨의 뒤를 잇는다는 뜻에서 ‘제2의 수미’로 불리던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많은 국민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이후 인터넷은 ‘올림픽 찬가 선녀’에 대한 관심으로 후끈했다. 자그마한 체구, 황금 봉황이 수놓인 한복드레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외모와는 다른 반전 카리스마에 세계의 안방이 숨을 죽였다.
11일 독일로 돌아간 소프라노 황수미 씨(32)를 13일 인터뷰했다. 독일 본 오페라 극장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그는 전화 통화가 힘들 만큼 목 상태가 좋지 않아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무대에서 올림픽 찬가를 부른 소프라노 황수미 씨. 조수미 씨의 뒤를 잇는다는 뜻에서 ‘제2의 수미’로 불리던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많은 국민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지난해 12월 초에 후보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12월 29일 최종 선정 소식을 듣고선 ‘현실인가’ 싶었죠. 다행히 독일 공연 일정과 겹치지 않아 순조롭게 일이 진행됐습니다.”
공연은 라이브가 아닌 녹음으로 진행됐다. 날씨 등 돌발 상황을 고려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침에 따른 것. 특히 황 씨는 그리스어로 찬가를 불러달라는 특별 미션을 받았다. 생소한 가사를 어떻게 익힐지 걱정하던 중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그리스어로 올림픽 찬가를 부른 경험이 있는 극장 동료의 도움으로 발음을 정확히 익힐 수 있었어요. 1월 중순 한국에 들어와 녹음 작업을 마치고 바로 독일로 돌아갔죠. 이런 노력 덕분인지 IOC 측에서 올림픽 찬가 중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하네요.(웃음)”
“교육공무원인 아버지 수입으로 서울예고에 유학 보내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직 딸의 꿈을 위해 단 한 번의 반대도 없이 버팀목이 돼주신 부모님을 존경합니다.”
서울대 성악과에 진학한 후에는 아무리 연습해도 제자리걸음인 실력에 좌절하며 슬럼프를 겪었다. 그는 “어느 순간 비교가 발전을 방해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남들보다 나은 노래’가 아닌 ‘어제보다 나은 노래’를 추구하면서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했다.
오페라, 종교음악, 가곡 등에서 두루 두각을 나타내는 그의 도전과제는 뭘까.
“20대엔 방송 뮤지컬 등 다양한 길을 고민했죠.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건 역시 성악이에요.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매 순간에 충실하려 합니다. 무엇보다 성악가에겐 행복한 마음과 체력 관리가 최고의 계획입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