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인수 포기 선언
○ 모로코 ‘3000억 원 부실’에 매각 발목
8일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작업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산은에 보냈다. 산은이 지난달 31일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을 선정한 지 8일 만이다. 당시 호반은 산은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의 50.75%를 1조6242억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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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인 이달 초에야 이 사업장의 손실을 확인하고 인수 여부를 재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피 발전소의 부실 자체가 클뿐더러 향후 다른 사업지에서도 비슷한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호반건설 고위 관계자는 “사고가 난 터빈을 재설치한 뒤에도 발주처인 모로코 전력청이 성능 미달 등의 이유를 들어 그동안 쌓인 공사 미수금 7000억 원을 지불하지 않을 위험도 있었다”고 말했다.
○ 산은 관리 부실 도마에… 매각 장기화
대우건설 본사
지난해 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몸값으로 제시한 금액은 10여 년 전 금호가 써낸 액수의 4분의 1 수준인 1조6000억 원이었다. 산은 측은 ‘헐값 매각’ 논란이 제기되는 와중에도 매각을 성사시키려 했지만 결국 최종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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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산은은 대우건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사업 비중을 줄이고 국내 주택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2, 3년 안에 산은이 대우를 매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건설을 소유하고 있는 산은 사모펀드인 ‘KDB 밸류 제6호’의 만료 시한이 내년 10월인데 그 이후에도 산은이 대우건설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다른 해외 사업장에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없는지 추가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달 5일에야 사피 현장의 사고와 손실액을 처음 보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모로코 사업장의 손실을 미리 알고도 이를 숨겼거나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사피 현장에서 결함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중순 산은 등에 사고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예상 손실액이 산정된 것은 2월 2일이지만 지난달 말부터 대우건설 안팎에서는 “호반건설이 해외 부실을 알게 되면 매각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천호성 thousand@donga.com·윤영호·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