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학부생들이 문제 해결식 수업(Problem-based learning) 강의실에서 고전역학 수업을 하고 있다. DGIST 제공
DGIST는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대학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첫 학부 졸업생을 배출하는 이날 졸업식을 2시간 앞두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퍼레이드 행사를 벌였다. 이성배 DGIST 대외협력처장은 “DGIST의 학부 졸업생들을 축하하고 졸업생들의 앞날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응원하는 차원에서 퍼레이드를 열게 됐다”며 “지역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풍중과 포산중의 졸업생들도 퍼레이드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 국내 최초의 전공 없는 교육
이날 퍼레이드를 벌인 DGIST 1회 학부 졸업생들은 또 다른 국내 1호의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2014년 학부생 교육을 시작한 DGIST는 기초과학 지식이 탄탄한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학부과정 4년 전체를 전공이 없는 ‘무학과 단일학부’ 커리큘럼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2학년까지는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 이공계 기초과목을 충실히 수강하도록 해 폭넓은 지식의 토대를 다지게 하고, 3학년부터는 전공 분야를 선택해 이수 학점에 따라 융복합 이학사나 융복합 공학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졸업생 오혜린 씨(22)는 DGIST의 융복합 교육을 인정받아 석사과정을 뛰어넘어 영국 노팅엄대 영상의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는 “DGIST에서 융복합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며 “특히 융합 생명과학과 영상의학 등을 접목한 연구를 접하면서 신경영상학자가 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배영찬 부총장은 “다른 대학에서 근무하다 DGIST로 와보니 다른 대학과 달리 전공 없이 수업을 하는 것이 잘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1년을 보내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확신하게 됐다”며 “특성화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야말로 진정한 미래의 인재가 될 수 있고, 이런 교육이 미래의 교육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신순희 씨(56)도 “아들이 유명 대학 대신 DGIST에 진학한다고 했을 때 망설였지만 4년 동안 지켜보니 학교의 연구시설도 좋고 진로 전망도 밝아 지금은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융복합 교육의 핵심 ‘그룹형 연구’
시민들의 축하를 받으며 행진하고 있는 졸업생들.
손상혁 DGIST 총장은 “UGRP는 학부 1, 2학년 과정에서 배운 기초과학 및 공학 지식을 바탕으로 학생들 스스로가 문제를 발굴해 해결하는 연구 프로젝트”라며 “학부생 때부터 융복합 연구를 체험함으로써 학문에 대한 융복합적 사고를 배양하고, 그룹 연구를 통한 협업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인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DGIST는 또 학부생들의 교육을 위해 ‘학부전담 교수제’도 운영 중이다. 대학원 수업과 연구, 논문 발표 등의 부담으로 학부생에 대한 교육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일반 대학들과 달리 DGIST는 학부생 교육에만 전념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 진로, 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손상혁 DGIST 총장 “도전 즐기고 협력 잘하는 리더로 키운다”▼
DGIST 손상혁 총장(65·사진)은 7일 첫 학부생 졸업식을 마친 뒤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면서 융복합 인재 배출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손 총장은 2012년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DGIST로 옮긴 뒤 지난해 3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손 총장은 “오늘 졸업한 학생들이 첫 학부 신입생이어서 반대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았다”며 “그러나 4년간 전공 구분 없이 폭넓은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찾고 대학원에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어 학부모 만족도가 더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룹형 연구 프로젝트인 UGRP를 진행하며 체득한 협업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융복합을 실천하는 이공계 인재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첫 졸업생들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은 지금까지 시대가 요구해온, 주어진 문제를 잘 풀거나 기억력이 좋은 인재가 아닙니다. 문제를 만들어 해결하는 창의적인 사람,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는 사람, 사람들과 협력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누구보다 도전의식이 강한 DGIST 졸업생들이 가장 적합한 인재들이라 자부합니다.”
손 총장은 “지난 250년간의 기술적 변화를 넘어 앞으로 30년 동안의 과학기술 발전은 특정 분야를 넘나드는 융복합 혁신이 활발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온 방식이나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분야를 넘나드는 융복합 인재가 초연결, 초지능으로 대표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총장은 “미래형 자동차로 주목받는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카의 경우 자동차가 다른 자동차와 보행자, 교통 시스템, 인터넷 등 자동차 주변의 모든 것과 무선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으며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주행해야 하는데 컴퓨팅, 통신, 센싱, 사이버 물리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특정한 분야만의 지식이 아니라 탄탄한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전공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종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DGIST는 앞으로도 내실 있는 학부 교육을 통해 기초가 탄탄한 창의적인 인재, 새로운 방법으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도전적인 인재,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배려하며 세상에 기여하는 리더십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달성=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