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산업1부 차장
창업자 헨리 후에 따르면 이 로봇은 바리스타의 일 대부분을 차지하는 ‘컵 운반’을 도맡아 커피를 1시간에 최대 120잔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커피를 사마실 때 더 이상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노 라인(no-line) 경제’를 실현했다. 실제로 미국 유명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파네라’는 주문을 키오스크로 받고, 주방 프로세스를 단순화하면서 고객의 평균 대기시간을 8분에서 1분으로 단축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로봇 카페의 진짜 가치는 다음 단계에 있다. 확보한 고객 데이터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 예컨대 스마트폰을 가진 수백 명의 고객이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위치와 동선을 파악해 각각의 커피를 가장 알맞은 시간에 가져가도록 만들어 내놓을 수 있다. 최근 아마존은 시애틀에서 계산대 없는 점포인 ‘아마존 고’를 개장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마존 고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노 라인 경제효과’만을 바라서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매장 천장에 달린 카메라와 센서들은 매장에서 고객 동선과 구매패턴 등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미 전역의 홀푸드마켓 매장에서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는 데 활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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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데이터 절벽’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합한 혁신 서비스 모델은 고객 데이터 확보에 유리하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들은 이렇게 확보한 막대한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여러 분야에서 혁신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특히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에 진출한 기업들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가져간다. 예컨대 한국 소비자들이 어디에 머무는지, 언제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업자는 이미 구글,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돼버렸다.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원유(原油)’라 불릴 정도로 새로운 부의 원천이 됐다는 데 이견이 없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BSA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양한 업계에서 빅데이터 활용으로 효율성을 1%만 높여도 2030년이면 한 해 약 15조 달러어치의 부가가치를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테크프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29%가 데이터를 경영에 활용하는 반면 우리 기업은 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과 AI를 앞세워 국경을 넘나드는 혁신 기업들에 대해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은 일자리 위협보다 데이터 주도권을 잃는 일이다.
김용석 산업1부 차장 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