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 단독 인터뷰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까지 받은 차 석좌의 주한 미 대사 내정 철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은 (작동 원리를 알기 어려운) 블랙박스 같고, (내부 권력 다툼은) 15세기 마키아벨리판 권모술수 정치판과 같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차 석좌의 낙마 배경도 “백악관 내 국내파 대 국제파 분열,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제한적 대북 선제공격)’ 작전에 경도돼 가는 트럼프와 백악관 주류의 분위기,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loyalty)’ 강요 문화 등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의 복심(腹心)이자 정무라인 국내파의 핵심인 스티브 밀러 선임정책고문이 차 석좌의 ‘코피 터뜨리기’ 작전 반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지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이것을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 부족’으로 받아들여 (한국 부임을)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백악관은 인턴직원을 뽑을 때조차도 ‘트럼프에 대한 로열티’에 대한 에세이를 쓰게 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 부소장은 NSC 근무 시절 차 석좌(당시 NSC 아시아담당 국장)의 상사였고 지금은 같은 직장(CSIS)에서 일해 이번 사태의 내막을 잘 아는 인사로 꼽힌다.
광고 로드중
그는 “한미 양국 정부 일각에선 ‘차 석좌의 막판 낙마를 코피 터뜨리기 등과 무관한 개인적 문제라고 말한다”는 질문에 “(여러 문제와 논란을 가리기 위한) 어리석고(ridiculous) 비겁(cowardly)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백악관이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피해 복구) 차원에서 한국 정부 측에도 그 같은 설명을 요청했을 것이라 본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백악관이 아닌 차 석좌 개인의 문제로 돌려야 상대국인 한국 정부나 (차 석좌의 지명을 지지해온) 의회의 비난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속내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및 북-미 대화 기류가 형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올림픽을 통해 마술 같은 돌파구(magical breakthrough)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이브(naive·순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대화냐 전쟁이냐‘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워싱턴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지렛대(leverage)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미국은 ’이전보다 강한 수위의 대북봉쇄전략을 논의하자‘고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에 대한 논의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워싱턴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 부소장은 인터뷰 내내 “북한에 대한 나이브(순진)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말을 서너 차례 반복해 강조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이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납치할까(hijack) 우려된다. 그런 상황을 그대로 놔두지 않을 것”이라 밝히는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김정안 채널A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