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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 두른 하얀 모래, 푸른 물빛을 품다

입력 | 2018-02-03 03:00:00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강원 고성 화진포




1938년 8월 12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영동십주홍조기’ 7회분 화진포 기사(점선 안). 별장에서 휴가 중인 외국인 선교사 모습을 상세히 그리고 인터뷰까지 실었다. 이 기사 옆엔 장작불 가스로 작동하는 자동차 개발 뉴스가 실렸다. 동아일보DB

1938년(80년 전)에 동해안 여름휴가 풍속을 미주알고주알 전한 여행기사가 일간지에 연재됐다고 하면 믿으실는지. 그건 동아일보였고 취재는 조중옥(글) 조원형(사진) 두 기자가 전담했다. 취재팀은 강원선 철도로 안변역(북한 원산 남방의 내륙)에 가 동해북부선으로 갈아탄 뒤 화진포(강원 고성군)까지 남행하며 도중에 포진한 여러 석호(潟湖)의 풍광과 그 옆 해변에서 펼쳐진 ‘해수욕’이란 첨단 해변 휴양 문화를 생생하게 글과 사진으로 전했다.

당시 이곳은 평론가 교수 등 인텔리 계층에 유행하던 첨단 휴양 트렌드 현장. 그런데 두 기자는 그뿐이 아니라 그곳의 자연(석호 및 해변)이 휴양지로서 갖는 가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였다. 이 글을 쓰는 기자는 1995년 여행 전문으로 발탁돼 24년째 지구촌 여행지를 취재 중인 이 분야 ‘국내 최초’다. 하지만 이 연재물을 접한 후론 그 타이틀을 이 두 선배에게 넘겼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국내 1호’여서다.

그 해묵은 기사를 꺼내어 들추는 이유. 평창 겨울올림픽에 남북 단일팀 참가로 비롯된 ‘동해선 육로’ 통행이 계기다. 이걸 통해 남북이 오갈 북한의 동해안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이 기사가 풀어주어서다. 이 연재 기사엔 금강산 관광 코스에도 든 삼일포는 물론이고 감호 동정호 시중호 등 해변에 줄지어 있는 여러 석호의 풍광이 소개됐다. 지역으로는 고성 통천 두 군데인데, 갈마비행장과 마식령 스키장이 있는 ‘살기 좋다’는 노랫말의 원산은 통천의 북쪽 이웃이다.

산과 바다 사이의 화진포 호수. 송림 안의 두 별장이 물 건너로 마주하고 있다. 위쪽이 이승만 별장, 아래쪽이 외국인 선교사들이 지은 이기붕 별장. 화진포(강원 고성군)에서 summer@donga.com

‘명사십리’ 해변으로 이름난 원산은 우리나라 최초 최고의 리조트 타운이다. 기막힌 해변(갈마반도)에 웅장한 산악(마식령산맥), 호수와 숲(삼방협), 항만과 고속도로에 철도까지 연결된 편리한 접근성 덕분이다. 그런 원산에선 이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스키와 별장이다. 원산은 우리나라 현대 스키의 발상지다. 1921년에 니가타에서 여객선으로 원산에 온 일본인 교사(원산중학교)의 스키 두 대가 그 진원. 스키의 인기는 폭발적이었고 금방 경성(서울)까지 전해졌다. 원산 인근 명소인 삼방협 등지에는 스키장이 조성됐고 삼방협역 개통(1931년)과 동시에 경성엔 용산스키구락부(俱樂部·클럽)가 탄생했다. 이들은 용산역에 스키를 맡기고 매 주말 경원선 열차로 오가며 삼방협에서 스키를 즐겼다.

별장도 원산이 최초다. 위치는 명사십리 해변의 갈마반도, 주인은 외국인 선교사였다. 갈마반도는 산과 바다, 호수와 해변은 물론이고 숲까지 갖춘 완벽한 해변 휴양지. 이건 지금도 여전해 리조트 입지의 가장 완벽한 조건이다. 하지만 1920년대 들어선 별장은 1937년 철거됐다. 중일전쟁을 획책하던 일제가 대륙을 겨냥한 전략비행장을 갈마반도에 건설(현재의 갈마비행장)하면서. 그 대신 똑같은 조건의 대체 부지를 마련해 주었다. 화진포다. 지금도 건재한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별장, 이 세 별장 중 하나가 그것이다.

1938년 8월에 연재된 이 기사의 제목은 ‘영동십주홍조기(嶺東十洲鴻爪記)’. 직역하면 ‘기러기가 해변에 남긴 발자국을 좇아 둘러본 동해안의 10개 모래사주’. ‘기러기 발자국’은 해변 피서객, ‘십주’는 원산∼강릉 석호와 해변. 동해안에선 강물에 실려 온 모래가 연안류로 인해 사취(砂嘴·한 끝에 육지와 연결된 사주)를 형성하는데 그로 인해 갇힌 물이 석호다. 이 연재 기사엔 동정호 신광호 시중호 삼일포 감호(이상 북한 소재) 화진포 등 모두 7개의 석호가 등장한다. 이 중 삼일포만큼은 금강산 관광 코스에 들어 볼 기회가 있었다.

‘김일성 별장’으로 알려진 ‘화진포의 성’. 1930년대 독일인이 설계한 슐로스(Schloss·작은 성)다. 화진포(강원 고성군)에서 summer@donga.com

이 기사에 따르면 당시 화진포 별장에서만 여름휴가를 즐기던 외국인 선교사가 250명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원산까지 분포한 십수 개 석호와 해변을 포함하면 그 수는 수백에 이를 듯하다. 그렇다면 당시 동아일보는 왜 이걸 연재했을까. 기자는 이렇게 추측한다. 외국인 선교사의 휴가 문화를 통해 당시 유행하게 된 ‘해수욕’이란 새로운 현상을 소개한 것으로. 1937년 개통한 동해북부선 철도가 그 배경이다. 양양(남한)과 안변을 잇는 이 철도(193.7km)는 해변과 석호(동정호 시중호 감호 삼일포 화진포)를 두루 경유하는데 역은 호반에 들어섰다. 기사엔 상음역 해변에 반라의 해수욕객이 색색의 튜브를 타고 떠다니는 광경과 더불어 그 장면을 담은 거리 간판까지 있다고 적혀 있다.

화진포(강원 고성군)에서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 정보

여행 루트:
서울 출발 시 양양고속도로와 국도 46호선으로 인제 경유 간성(고성군)행. 간성에 이르기 직전 ‘금강산 점봉사’에 들르는 것도 잊지 말자. 이후엔 국도 7호선을 따라 화진포를 지나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찾는다. 거기서 금강산과 해금강 및 동해를 본 뒤엔 남행하며 화진포(역사안보전시관)로 간다. 거기선 세 별장(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별장)을 살피고 이후엔 속초로 가서 척산 온천에서 온천욕을 한다.

관광정보: ◇고성 통일전망대(통일안보공원) 출입: 11km 앞 도로변의 ‘통일전망대 출입사무소’에 반드시 들른다. 출입신고서(이름 전화번호 기재)를 적어 제출해야 관람권(어른 3000원)을 구입할 수 있는데 이때 주차료(승용차 5000원)도 지불해야 한다. 통일안보공원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여름엔 오후 5시). 문의는 033-682-0088 ◇화진포 역사안보전시관: 세 별장과 생태박물관을 통합관람권으로 관람한다. 고성군 현내면 죽정리 596 033-680-3677 http://tour.gwgs.go.kr ◇척산온천: 속초시내 미시령 초입. 입욕료 8000원(사우나 포함)

옥이네 밥상: 속초를 대표하는 맛집. 청초호반 아바이마을의 주택가에서 주인 김옥이 씨가 직접 장만해 말린 생선과 다양한 해물로 다양한 음식을 내는 깔끔한 밥집(60석). 대표 메뉴는 ‘생선찜’(사진·4만5000원)과 젓갈류. 가자미식해 명란젓 양념된장 등은 택배 판매. 김 씨는 아바이마을 태생의 함경도 실향민 2세. 함경도 음식은 동해의 생선과 내장 및 알을 다양한 맛으로 창출하는 게 특징이면서 또 진수. 이 식당에선 살짝 말려 감칠맛 나는 양념장에 쪄내는 생선찜(조림)과 칼칼한 젓갈, 간장홍게 등이 입맛을 돋운다. 영업은 오전 7시∼오후 9시, 설 추석 등 명절 당일은 쉰다. 속초시 청호동 미리내길 409호. 033-637-3166, 010-4706-3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