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대표는 30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문화재청이 왜 현판 색상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재론하지 않겠다’며 일방적으로 종결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문화재청이 현판 색을 검은 바탕에 금박 글자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한 30일 서울 종로구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실에서 만난 혜문 대표는 썩 밝지 않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혜문 대표는 2012년부터 복원된 현판 색에 의문을 가졌고 문화재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2016년에는 어두운 바탕에 밝은 글씨로 쓰인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소장 광화문 사진을 찾아내 공개하면서 현판이 제 모습을 찾는 데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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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대표는 현판이 제 색상을 찾지 못하고 되풀이된 문제 제기에도 이제야 바로잡기로 결정된 건 잘못 끼운 첫 단추가 ‘도그마(교리)’가 돼 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처음 국립중앙박물관 광화문 현판 사진에서 글씨체를 따올 때, 글씨 부분은 진하게 살려내고 나머지 검은색은 제거했을 겁니다. 이를 2005년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그대로 공개합니다. 이때 현판은 바탕과 글씨의 밝기가 원래와 달리 반대로 뒤집어지도록 운명이 결정됐던 게 아닐까요?”
혜문 대표는 “문화재청은 이후 현판 색상이 잘못됐다는 다른 증거를 사실상 묵살하며 처음 결정만을 고집해 왔다”며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코넬대 소장 사진, 조선고적도보 사진, 백악춘효도를 비롯해 현판의 바탕색이 어둡다는 걸 드러내는 자료가 다수 있음에도 이는 문화재청의 결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문화재청은 보도자료와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시민단체의 노력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문화재청의 과학적 실험’만 강조했다. 혜문 대표는 “누군가의 노력에 의해서 잘못이 바로잡혀도 문화재청이 인정은커녕 마치 전혀 그런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듯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는 데 지쳤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