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내려오는 최단 경로 계단, 병실 더 늘리려 합판으로 폐쇄 화재당시 9분만에 전층 연기 확산
○ 최단 경로가 막혀 있었다
병원 측이 2층 보조계단의 출입문을 막지 않았다면 이곳을 통해 1층으로 내려오는 길은 화재 당시 가장 안전한 대피로였다. 우선 발화가 시작된 1층 응급실의 정반대편에 있어 화염과 연기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또 1층으로 내려오기만 하면 불과 1m 거리에 병원 정문이 있어 바로 외부로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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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소방관들도 도면과 다른 병원의 복잡한 구조에 애를 먹었다. 소방관들이 들고 출동한 건물 평면도에는 2층 보조계단 출입문이 표기되어 있었지만 현장에 가 보니 막혀 있었다. 선착대인 가곡119안전센터 관계자는 “1층 정문으로 진입하자마자 보조계단을 보고 바로 위로 올라갔지만 문이 없고 벽으로 막혀 있어 다시 내려왔다”고 말했다.
세종병원이 멀쩡한 계단 출입문을 틀어막는 공사를 했지만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둥이나 주요 벽체를 고친 것이 아니라면 시나 소방서에 신고할 의무가 없는 탓이다. 세종병원이 보조계단 출입문을 막았어도 다른 계단이 2곳만 있으면 불법이 아니다. 밀양시 관계자는 “병원 2층은 보조계단을 폐쇄했어도 중앙계단과 옥외계단이 있어 법적 최소 기준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2층 평면도를 보건소에 제출하면서 설계사 명의를 허락 없이 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병원 측이 2012년 보건소에 제출한 2층 평면도 곳곳에는 조악하게 손으로 구간 획정을 그린 흔적이 있고 일부에는 손글씨로 ‘병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2015년 제출한 도면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평면도를 그렸다고 기록된 설계사는 “병원의 전 주인이 2005년 의뢰해 도면을 그려준 적은 있지만 세종병원 사람들과는 일면식도 없다. 세종병원이 공사 후 내가 그렸던 2005년 도면을 임의로 고쳐 낸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평면도에 이름이 적힌 또 다른 설계사는 “2004년 병원 측이 증축을 제안하면서 도면을 의뢰해 임시 도면을 그려준 적은 있는데 계약이 체결되진 않았다. (2015년 평면도는) 멋대로 펜으로 그린 것이고 절대 내가 그린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밀양시보건소 관계자는 “병원 내부 시설 변경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만 내면 돼서 도면이 아니라 손으로 그려도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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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에 따르면 26일 오전 7시 34분 “연기가 5층까지 올라왔다”는 119 신고가 들어왔다. 같은 시각 2층에서도 “1층에서 연기가 올라와 빠져나갈 수 없다”며 구조 요청이 쇄도했다. 급속히 퍼진 연기로 인해 구조도 어려웠다. 소방관들은 오전 7시 37분 “2층에 사람들 있는데 연기 탓에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무전을 주고받았다. 현장 팀장은 오전 7시 42분 “전 층에 연기가 심해 구조가 어렵다”고 상황실에 토로했다. 홍 의원은 “방화문의 중요성이 확인된 만큼 건물 방화문 운용 실태를 특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밀양=조동주 djc@donga.com·정현우·권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