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이맘 때 열린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심석희(21·한국체대)는 은메달을 땄다. 그렇지만 금메달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는 모든 사람에게 죄송해야 했다. 이후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합작하며 금메달을 받긴 했다. 하지만 기자의 뇌리에는 어린 심석희가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한국에서 쇼트트랙 선수로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올림픽 금메달보다 힘들다는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이 험난하다. 국가대표 선발전 현장은 전쟁터다.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스케이트 날을 부딪친다. 부상을 당하는 선수가 종종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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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심석희가 얼마 전 ‘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던 심석희는 16일 조 모 코치에게 손찌검을 당한 뒤 선수촌을 이탈했다. 심석희는 18일 대표팀에 복귀했고, 조 모 코치는 영구제명의 중징계를 받았다.
평소 심석희의 성정과 코치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조 모 코치와 심석희는 단순한 스승과 제자 이상의 관계였다. 강원도 강릉에 살던 심석희는 어릴 때 서울로 유학을 왔다. 초등학생이던 심석희를 데려와 성심성의껏 지도한 게 조 모 코치다. 조 코치가 없었다면 심석희는 세계적인 선수가 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심석희의 페이스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으면서 마찰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담은 조급함을 낳는다. 그래서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절대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심석희를 포함해 안 그래도 힘들었을 선수들은 경기 전부터 부담감에 눌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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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