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병원 화재 참사]세종병원 곳곳 ‘방재수칙 무시’
‘출입금지’ 붙어있는 수술실 안에 비상구 세종병원 3층 비상구 표지가 수술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경고문 위에 붙어 있다. 3층 환자가 비상구로 탈출하려면 이 수술실 문을 지나야 하지만 평소 접근이 엄격히 제한됐다(위쪽 사진). 이곳을 지나 수술실을 가로질러야만 비상구에 다다를 수 있다(아래쪽 사진).
○ 제 역할 못한 방화문
28일 2층 생존자들에 따르면 일부 환자는 2층 방화문을 열고 중앙계단을 통해 1층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이들은 문을 열고 한 층만 내려가면 바로 대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는 대피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빨리 1층에서 올라온 유독가스 탓이다. 건축법상 건물 내부에서 계단으로 통하는 출입구에는 반드시 방화문을 설치해야 한다. 실제 설계도면에는 1층에 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시 관계자는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됐다면 건축법 위반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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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2층 문을 열자 복도 벽은 이미 시커먼 그을음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방화문 안쪽 천장과 복도 벽지가 폭 1m가량 불에 탔다. 방화문이 일정 시간 열려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층 방화문이 평소에도 열려 있었는지, 대피 과정에서 열린 상태로 방치됐는지 확인 중이다.
경찰은 중앙계단과 함께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 2층을 잇는 구름다리식 연결통로를 유독가스 확산 경로로 지목했다. 이 연결통로는 발화가 시작된 1층 응급실 바로 위에 있다. 주로 화장실에 설치되는 1∼5층 배관의 틈새와 승강기 공간도 확산 경로의 하나로 분석했다.
○ 제한구역에 갇힌 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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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이 병실을 과밀 운영한 정황도 나타났다. 일부 병실은 병상 간격이 65cm에 불과할 정도로 좁았다. 병원은 보건소에 병상 수를 95개로 신고했지만 요양병원 환자 16명을 넘겨받아 병원 5층에 입원시키면서 사실상 99명의 환자를 관리했다. 그러면서 의료 인력을 따로 늘리지는 않아 5층에선 요양관리사 1명이 환자 16명을 책임져야 했다.
일부 환자가 손이 병상에 묶여 있어 구조 활동에 지장을 빚었다는 의혹도 사실인 것으로 조사됐다. 밀양소방서 구조대 관계자는 “3층에 올라갔더니 18명 이상의 한쪽 손이 결박돼 있었다. 부드러운 끈과 로프 등으로 한 손이 묶여 병상에 고정돼 있었고 다른 한쪽 팔에는 링거를 꽂고 있었다. 한 명을 푸는 데 30초에서 1분 정도 걸렸다”라고 말했다. 화재 당시 비상용 발전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세종병원 비상발전기는 수동 작동을 해야 하는데 작동 흔적이 없어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장을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불이 난 1층 응급실 천장은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주차장 천장과 구조가 비슷하다. 초기 화재 때 연기와 유독가스가 많이 나왔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밀양=조동주 djc@donga.com·사공성근·유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