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뒤집어보기]<1> 퇴직연금 펀드 퇴직연금 운용 속터진다면
《매년 이맘때면 전년도 퇴직연금 운용 결과가 담긴 전자우편이 날아든다. 대개 쏟아지는 업무에 바쁘다는 핑계로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휴지통으로 보내기 일쑤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쓴다면 금리 1, 2%포인트 차이라도 수천만 원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데….》
25일 서울 광화문 인근 KB국민은행의 한 지점에서 이 은행 본점 퇴직연금사업부 정유정 팀장(오른쪽)이 기자에게 퇴직연금 운용에 관한 상담을 해주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첫 회는 매년 초에 받아 보는 퇴직연금 운용 현황에 대한 것이다. 퇴직연금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이라면 마찬가지겠지만 기자 역시 올해도 어김없이 KB국민은행이 보낸 지난해 퇴직연금 운용 현황을 10일 전자우편으로 받았다. 매년 봐 오던 것이지만 퇴직을 몇 년 앞둔 탓인지 올해는 아무래도 달리 느껴졌다. 수익률에도 민감해졌다. 퇴직연금에 편입한 한 펀드의 최근 수익률이 제자리걸음이라는 게 느껴졌지만 은행이 보낸 자료만으론 알 수 없었다. 실제 수익률부터 확인해 보고 싶었다. 수익률이 부진한 펀드의 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일반 고객 처지에서 이 은행 지점을 찾아 상담을 받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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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 KB국민은행 A지점 퇴직연금 담당자는 기자의 잇따른 질문에 곤혹스러워했다. 기자가 가입한 KB국민은행 퇴직연금 계좌에 편입한 2개 펀드 중 한 상품의 최근 수익률이 부진한 이유를 묻는 대목에서다. 그는 심지어 “이 펀드를 더는 고객에게 추천하지 않는다”면서 쩔쩔매기까지 했다.
이날 오후 찾은 인근의 이 은행 B지점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을 겪었다. 퇴직연금 담당자는 “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데 최근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진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원한 답변은 아니었다. 그는 한술 더 떠 “다른 펀드로 갈아타라”면서 현재 판매 중인 퇴직연금 펀드 현황 자료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와중에 상품판매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아 야속한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예·적금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입장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 펀드를 실제 운용하는 곳은 다른 회사(KB자산운용)여서 은행 담당자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주기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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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직원들의 설명에 느낀 아쉬움을 채울 생각에 다음 날 광화문에 위치한 삼성증권의 한 지점을 찾았다. 담당 직원은 대뜸 “퇴직연금 계좌를 이곳으로 옮긴다 해도 뚜렷한 서비스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솔직한 태도가 오히려 마음에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그도 자기 회사의 추천 펀드와 수익률 자료 등을 보여주면서 선택할 것을 종용했다. 고민이 됐다. 현재 수익률만 믿고 고른 펀드가 반드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게다가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려면 현재 펀드를 모두 팔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결국 변경을 포기했다.
남은 문제는 KB배당펀드 매각 여부. 고민 끝에 KB국민은행 퇴직연금사업부 정유정 팀장을 찾았다. 은행 내 최고의 퇴직연금 전문가라는 평가에 어울리게 그의 설명은 명쾌했다. KB배당펀드는 배당 성향이 높은 중소형주를 많이 편입했는데 2015년 하반기 이후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가 주식시장을 이끌면서 수익률이 안 좋아졌다고 했다. 정 팀장은 “올해는 코스닥 시장 활황으로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자는 정 팀장의 말을 믿고 일단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