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줄이자” 작년 22조 원 판매… AI 등 활용한 고기능 고가제품 불티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전체 60% 차지
일본에서 백색가전 판매가 20년 만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전기공업회(JEMA)의 24일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백색가전 일본 국내 판매액은 2조3479억 엔(약 22조7887억 원)으로 2년 연속 전년 실적을 넘어서며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견인차 역할은 전체 가전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3개 품목이 담당했다. 10년 전에 비해 각각 20∼30% 매출이 늘었다.
특히 에너지 절약이나 시간 단축 등을 내건 고기능 제품들이 잘 팔려나갔다. 환경의식이 높아진 데다 맞벌이 가구가 늘어 가사노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고가 제품이 잘 팔려 인구 감소 사회의 역풍을 이겨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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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저팬’ 가전은 과거 고품질로 세계시장을 석권했으나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과 한국 가전에 밀리며 사양세를 탔다. 산요는 2012년 중국 하이얼에, 도시바는 2016년 중국 메이더에 각각 매각됐고, 샤프는 대만 폭스콘 산하에 들어갔다.
그 뒤 각 사는 “저가 범용품으로는 경쟁이 안 된다”며 기술력을 살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수증기로 조리하는 샤프의 오븐레인지는 인공지능이 이용자의 취향을 학습해 메뉴를 제안하는 기능이 포인트. 약 15만 엔(약 146만 원)의 최상위 기종이 잘 팔린다.
특정 가전제품에 특화한 상품을 개발하는 신흥 업체들이 늘어난 점도 백색가전 판매 상승에 촉매 역할을 했다. 발뮤다사가 2015년 증기를 이용해 빵을 굽는 토스터를 개발했는데, 대당 2만2900엔(약 28만 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2017년까지 총 43만6000대가 팔렸다.
그러나 가전제품만으로는 이미 성숙된 시장에서 교체 수요밖에 기대하기 어렵다. 파나소닉은 올해 가정용 에너지 관리시스템과 스마트 스피커, 구글홈을 연계해 가전을 제어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보기술(IT)과 조합한 새로운 상품이 향후 어디까지 소비 의욕을 자극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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