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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m 높이서 줄에 매달려 허우적… 실감나는 침몰 장면

입력 | 2018-01-23 03:00:00

[또 하나의 배우, 무대]뮤지컬 ‘타이타닉’




뮤지컬 ‘타이타닉’은 화려한 특수효과 대신 5개의 플랭크(철제 계단 건축물)를 활용해 타이타닉호의 입체적인 모습을 구현했다.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타이타닉’의 무대는 영리하다. 좌우로 배치된 11m 높이의 철골탑을 중심으로 총 5개의 플랭크(철제 계단 건축물)가 사선으로 연결돼 타이타닉호의 입체적인 선실 모습을 구현했다. 플랭크 위로 20여 명의 출연 배우가 모두 올라가 동선 대형을 이루면 입체미가 더욱 살아난다.

삼각형의 배 앞머리를 중심으로 사선으로 연결된 5개의 플랭크는 실제 배에 많이 설치하는 통로 선반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사실감을 더했다. 다만 길이는 공연장 무대 크기에 맞춰 짧게는 7m, 길게는 12m로 제작했다. ‘타이타닉’의 노병우 무대감독은 “천장 위에 설치된 81개의 체인모터가 플랭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며 “1개의 체인모터당 1t의 무게를 지탱한다”고 말했다.

‘타이타닉’의 무대는 2층 객석까지 활용해 공간의 확장성을 꾀한다. 무대에서부터 객석 2층 좌우 출입문까지 사선으로 연결된 두 개의 플랭크가 핵심 병기다. 노 감독은 “1층 객석 기준으로 보면 5열까지 무대가 이어져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타이타닉’의 공간 연출 백미는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힌 뒤 구조선에 승선하지 못한 남자 승객과 승무원들이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장면이다. 무대에서부터 11m 높이에 위치한 공간에 대기하던 배우 4명이 차례로 와이어에 매달린 채 11m 높이에서 무대 바닥 위 2.5∼5.5m까지 내려오며 물에 빠지는 연기를 실감 나게 펼친다. 1등 항해사 윌리엄 머독 역을 맡은 배우 왕시명은 “2막에서 이시도르 부부의 듀엣곡인 스틸(still)이 끝나자마자 침몰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 4명이 대기 장소인 ‘캣워크’로 올라가 허리에 착용하는 플라잉 장비 하네스에 와이어를 빠르게 연결한다”며 “허리힘으로 버티며 천천히 물에 떠 있는 듯한 움직임이 연기의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무대 전체를 바닷속으로 표현해 내는 일등 공신은 배경 막과 같은 별도 장치 없이 와이어에 매달린 채 오직 손과 발, 온몸을 회전하는 배우들의 연기다. 4명의 배우는 이 장면을 위해 통증도 감내하며 열연을 펼치고 있다. 왕시명은 “하네스와 와이어에 온몸을 의지하기 때문에 허벅지 안쪽과 허리에 상당한 통증이 가해진다. 이 통증을 참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2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1588-5212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