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상장 1호’ 카페24 이재석 대표 “실패 위험 있어도 적극 지원해야… 상장보다 중요한 건 안정적 성장” 대박 좇는 무리한 투자는 경계
‘테슬라 요건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둔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12일 “벤처기업들이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판’을 깔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페24 제공
12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만난 이재석 카페24 대표(50)는 “혁신을 멈추지 않는 기업은 실패 위험이 있더라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카페24는 국내 ‘테슬라 요건 1호’ 기업으로 다음 달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테슬라 요건은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처럼 당장은 적자를 내고 있지만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만 있으면 코스닥 상장이 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국내 벤처 기업인 1세대인 이 대표는 벤처업계의 흥망성쇠를 20년 가까이 지켜본 ‘산증인’이다. 1990년대 후반 정보기술(IT) 산업의 성장과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동료 기업들이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이 대표는 이런 경험이 혁신기업의 자양분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벤처기업들이 기대만큼 성공할 순 없지만 도전을 거듭해 살아남는 기업이 한국 경제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블’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혁신·성장기업 지원책이 2000년대 ‘IT 버블’을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는 “비록 2000년대 IT 버블은 꺼졌지만 IT 산업을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나라는 찾기 힘들다”며 “당시 실패를 경험한 기업가와 그들이 갖춘 기술, 노하우가 또 한번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정부가 기업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전통적 회계 기준으로는 시장의 인정을 받기 힘든 기업들이 투자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테슬라 상장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증시 안팎에서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으로 부실기업이 유입돼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투자자들이 참고할 정보가 없는 게 아니라 정제된 정보가 부족한 것”이라며 “벤처기업도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페24는 이달 23, 24일 수요예측을 거쳐 30일부터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가는 주당 4만3000∼5만7000원. 일각에서는 지난해 3분기(7∼9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직 이익 규모가 크지 않아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우수한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 올해 매출 성장률 30%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