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한이는 프로생활 내내 단 한 번도 친정팀 삼성을 떠난 적이 없다. 팬들이 구단을 향해 박한이의 영구결번을 요구하는 이유는 원클럽맨 이전에 그가 팀에 기여한 바가 그만큼 커서다. 그는 “팬들이 만들어주신 큰 관심이자 기대”라고 고마워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박한이(39)는 KBO리그에 보기 드문 ‘순혈’ 원클럽맨이다. 2001년부터 프로무대에 데뷔한 그는 올해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오직 푸른 사자군단의 유니폼만을 입고 있다. 해외 진출, 군 문제로 인한 공백조차 단 한해도 없었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역시 두 번이나 소속팀 삼성과 계약을 매듭지으며 잔류를 선택했다.
팀 전력에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냉정하게 내쳐지는 곳이 바로 프로의 세계다. 박한이는 그런 살얼음판 삶 속에서 무려 18년을 보내고 있다. 프로 생존 본능만으로도 그의 기량은 이미 검증되고도 남는다.
그런 그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어느덧 프로 인생의 황혼기를 맡고 있다. 그런데 그 마무리가 결코 쉽지 않다. 나이 어린 후배들과의 치열한 경쟁, 불혹에 가까운 자기 자신과의 싸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몇 번이나 고민했지만 결코 방망이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의 ‘영구결번’을 외치면서까지 응원의 목소리를 내는 팬들 때문이었다. 오키나와로 개인훈련을 떠나기 전, 그와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늘 똑같은 패턴 아니겠나. 개인훈련에 열중하면서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시즌 개막이 일주일 가까이 빠르더라. 내가 스스로 생각한 여러 단계를 고려해 훈련을 진행 중이다. 웨이트트레이닝, 재활 등 필요한 부분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올 시즌 준비는 유독 남다를 것 같다.
“2017년이 나에게는 많이 배우고 깨닫는 시즌이었다. 사실 17년 동안 뛰면서 지난해 같은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다. 나 자신의 한계를 배운 계기였다. 좋은 기억은 다 지우고, 좋았던 기억만 되새겨 올 시즌을 준비하려 한다.”
삼성 박한이.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일단 지명타자 출전이 유력해 보인다.
-팀은 리빌딩을 선언했다. 본인이 베테랑으로서 할 역할도 많을 것 같다.
“(권)오준이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과 함께 모이면 자주 하는 말이다. 내 생각에는 우리가 한발 더 앞서서 행동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후배들도 그런 것들을 보고 따라 올 것이다. 체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되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팀의 재도약에 힘을 보태고 싶다.”
-올해로 무려 18년째 삼성에서 뛰게 된다.
“이렇게 오랫동안 삼성에서 뛸 수 있는 이유는 역시 팬 분들 덕분이다. 사실 돈을 먼저 좇았다면, 다른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순간마다 항상 팬들의 성원이 눈에 밟혔다. ‘나를 이렇게나 좋아해주시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삼성 박한이.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팬들 사이에서는 ‘영구결번’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나야 정말 좋지 않겠나(웃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팬 분들께서 만들어 주신 큰 관심이자 기대라고 생각한다. 삼성에는 영구결번이 많지 않다. 이만수 감독님, 양준혁 선배, 지난해 은퇴한 (이)승엽이 형까지. 나까지 낄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한 일 아니겠나. 프로선수라면 이름 석자는 남기고 그만두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명예회복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도 크다.”
-올해 구체적으로 세운 목표가 있나.
“딱히 큰 목표는 없다. 단, 남아 있는 몇몇 개인기록들은 모두 채우고 싶다. 팀으로 보면 역시 5강이 목표다. 우리 팀 자체가 2년 동안 9위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팬 분들에게 ‘삼성은 이런 팀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