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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환희의 순간 살며시 찾아오는 비극

입력 | 2018-01-17 03:00:00

2018년 1월 16일 화요일 흐림. pause/pose.
#275 Harry Styles ‘Sign of the Times’ (2017년)




영국 가수 해리 스타일스의 데뷔앨범 ‘Harry Styles’ 표지.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영원한 순간. 이 말은 ‘기나긴 짧음’만큼이나 어불성설이다. 그렇지만 어떤 순간은 마치 성화(聖畵)처럼 영원히 박제된다고 믿고 싶다.

해질 녘의 건물 옥상. 젊은 여성이 종이비행기를 날린다. 그것은 하늘 높이 올라간다. 비현실적인 보라색 하늘과 구름. 이 짧은 이야기를 다룬 휴대전화 광고를 보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거의 모든 삶은 영화 같아서 마법 같은 명장면 하나씩을 품고 있다고 믿는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부터 대런 애러노프스키까지, 그 어떤 감독도 카메라에 담지 못한 그 희대의 명장면이란 다름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원 숏이다. 75억 명이 넘는 인류 가운데 나라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연인의 포즈는 정지화면처럼, 성화처럼 기억 속에 남아 평생토록 점멸한다.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쓰인 노래 역시 인상적이다. 영국 가수 해리 스타일스의 ‘Sign of the Times’. 피아노 반주 위로 허스키한 스타일스의 음성이 읊조린다. 마치 종이비행기의 상승처럼 랩 스틸 기타의 짧은 글리산도(glissando)가 나타나면 그 끝에는 기다렸다는 듯 드럼의 통타, 클라이맥스가 등장한다.

노래 가사를 뜯어보면 그 내용은 사실 영상과 엇박자다.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다. 생사에 관한 무거운 주제를 담았다. 스타일스는 출산을 목전에 둔 산모의 관점에서 노래를 썼다고 했다. 노래 속 산모는 의사에게서 “뭔가가 잘못됐다. 아기는 무사하겠지만 당신은 죽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산모가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5분 동안 아기에게, 세상에 남기는 말이 곧 이 노래의 가사다. 이렇게 시작한다.

‘마지막 쇼에 온 걸 환영해/당신이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이들이 입은 것은 환자복이거나 연약한 피부뿐. 지금의 비극은 다시 만나리라는 약속이라고 화자는 말한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스타일스는 중력을 잃고 점점 땅에서 멀어진다. ‘기억해 모두 잘될 테니까/어디선가 우린 다시 만날 거야/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끝내 저 멀리 구름 위로 향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삶과 죽음 사이에. 영원만큼 길고 짧은 순간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