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지하철 요금 ‘0원’ 15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지하철 요금 면제’라는 안내판 옆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이날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시행에 따라 출퇴근 시간 서울지역 대중교통이 무료로 운행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5일 오전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에서 내린 박선미 씨(38·여)가 교통카드 단말기에 찍힌 ‘0’이라는 숫자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날은 서울시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처음으로 출퇴근길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시행한 날이다. 박 씨는 “공짜야 나쁠 건 없지만…. 이런다고 미세먼지가 없어지나요?”라고 반문했다.
○ “무료 탑승 나쁠 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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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와 인천 주민은 불만이다. 이날 무료 운행은 서울지역 버스와 지하철에만 적용됐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경기 성남시에서 출퇴근하는 김모 씨(29)는 “하루 대부분을 서울에서 생활하는데 혜택을 못 받으니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대로 무료 운행인 줄 알고 버스나 지하철을 탔다가 낭패를 당한 경기지역 주민도 많았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내린 박모 씨(29)는 “카드를 찍지 않아도 되는 줄 알고 그냥 지나갔다가 차단시설에 가로막혀 난감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타고 광화문에서 내린 승객 10명 중 4명은 교통카드를 접촉하지 않았다. 이 경우 다음 대중교통 승차 때 기본요금(2400원)을 더 내야 한다.
서울시는 무료 운행 시행에 따라 50억∼60억 원으로 추산되는 운임 손실을 보전한다. 한 해 최대 7회 시행하면 350억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족한 예산은 재난 관련 기금에서 충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유명무실했던 차량 2부제
지하철 요금 ‘0원’ 15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지하철 요금 면제’라는 안내판 옆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이날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시행에 따라 출퇴근 시간 서울지역 대중교통이 무료로 운행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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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날 시행된 미세먼지 저감 조치에 부정적이다. 미세먼지를 만드는 주요 오염원이 중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지역별 미세먼지 발생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중국 등 국외 지역이 55%, 서울은 22%였다.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신동천 교수는 “연간 5∼7회 정도 무료 운행으로 22%의 오염원을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오는 날에는 더욱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