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평창 성화 봉송하는 스즈키 다이치 일본 스포츠청 장관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을 위해 11일 한국을 찾은 스즈키 다이치 일본 스포츠청 장관이 특강 장소인 서울한국체대에서 인터뷰를 하며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스즈키 장관은 30년 전인 1988 서울올림픽 때 한국체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도 안 되는 수영장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스즈키 다이치 일본 스포츠청 장관(51)은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1986 서울 아시아경기와 1988 서울 올림픽 수영에서 정상에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을 위해 11일 입국한 스즈키 장관은 이날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88 올림픽 수영장과 선수촌이 보이는 이곳을 30년 만에 다시 왔다.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1988 서울 올림픽 수영 배영 100m에서 세계 랭킹 1,2위를 모두 제치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있는 스즈키 다이치 일본 스포츠청 장관. 동아일보DB
기자가 당시 얘기를 꺼내자 스즈키 장관은 비화를 공개했다. “88 올림픽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장이던 대한수영연맹의 협조로 대회 개막 한 달 전부터 서울 올림픽 수영장에서 훈련할 수 있었다. 주위에서는 무리한 일이라고 했지만 그게 금메달에 큰 효과를 줬다.”
일본 선수였지만 홈 이점을 누렸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스즈키 장관은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은 일본을 능가하는 성적을 거둘 것이다”고 덕담을 했다. 그가 언급한 일본의 금메달 예상 종목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고다이라 나오와 팀 추월), 남자 피겨스케이팅(하뉴 유즈루), 여자 스키점프(다카나시 사라)였다.
한국체대 김성조 총장(왼쪽)과 일본 스포츠청 스즈키 다이치 장관이 11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만나 기념품을 교환하고 있다. <한국체대 제공>
수영 스타와 지도자로 활약한 그는 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역대 최연소 일본수영협회 회장을 맡는 등 행정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일본 선수단장이었다. “운동선수라는 한계를 깨고 롤 모델이 되고 싶다. 스포츠 가치를 높이고 확산하는 데 작은 기여를 하고 싶다.”
스즈키 다이치 일본 스포츠청 장관이 1988 서울올림픽 수영 금메달을 딴 뒤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 프린트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스즈키 장관은 12일 인천에서 2006 토리노 올림픽 피겨 싱글 금메달리스트 아라카와 시즈카 등 일본 스포츠 스타들과 성화를 봉송한다.
이번 방한에 그는 자신의 서울 올림픽 금메달을 들고 왔다. 그에게도 3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올림픽이 남달라 보였다. “수영 선수 출신이 이번엔 달리게 됐지만 추워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30년 세월을 넘나드는 그의 표정이 밝기만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