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 등 대규모 방문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남북은 군(軍) 유선 통신도 오늘 오전 8시부터 정상 가동키로 했다. 남북은 △평창 올림픽 성공을 위한 적극 협력 △군사적 긴장 완화 등 평화 환경 마련을 위한 공동 노력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 민족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 등의 3개항이 담긴 공동보도문도 채택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다.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를 개선시킬 첫발은 뗀 셈이다.
이에 따라 평창 겨울올림픽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북한 방문단이 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측 국제대회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낸 적은 있지만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등을 함께 보낸 적은 없다. 북측은 어제 남측이 제안한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선 답을 내놓지 않았다. 만약 이를 북한이 받아들이면 평창뿐 아니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도 남북 간 대형 이벤트가 벌어지게 된다.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통해 더 높은 차원의 남북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의 문도 열렸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오전 기조발언에서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한 데 대해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별 반응을 안 보였으나 밤에 열린 종결회의에서는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비핵화 거론에 북 최고위층이 민감한 거부 반응을 보였고 대표단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김정은은 시간 벌기를 위해서라면 어떤 평화 제스처라도 펼 것이다. 국제 공조 시스템은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와해는 순식간이다. 북한의 제안에 자신감을 갖고 대응하되, 이벤트성 평화공세에 취해 남북대화의 본질이 북한의 비핵화로 향하는 여정임을 한순간도 망각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