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스트폴루이 유적서 발견된 개 화석 상당수가 늑대라는 연구 나와 美 보이코 교수 “늑대가 생존 위해… 인간에게 길들여져 개 됐을 수도” 개 조상과 가장 비슷한 개는 ‘바센지’
지난해 8월 애비 드레이크 스페인 레이 후안 카를로스대 연구원팀은 그동안 개 화석으로 알려졌던 화석의 상당수가 늑대 화석이라는 연구를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러시아 북쪽 우스트폴루이 유적에서 발견된 개 화석 26개 중 진짜 개 화석은 4개뿐이란 주장이다. 이 지역은 1850∼2250년 전에 만들어진 유적지로, 여기서 발견된 개 화석은 인간이 개를 사육했다는 증거로 쓰였다. 연구팀은 심지어 러시아 남부 이볼긴 지역의 철기시대 유적에서 나온 개 화석은 모두 개가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화석이 발견되면 턱뼈 화석의 형태를 보고 개인지 늑대인지 판단한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3차원(3D) 모델링 기술로 화석의 턱뼈 형태를 복원해 분석했다. 이 기술은 99.5%의 정확도로 현생 개와 늑대를 구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우스트폴루이 화석 중 3개, 이볼긴 화석 중 8개는 확실히 늑대”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현생 동물조차 구분이 어려운 만큼 개의 기원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정설은 3만3000∼3만6000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개와 늑대가 분리됐다는 설이다. 2013년 러시아 알타이산맥에 있는 동굴에서 발견된 3만3000년 된 개 화석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알타이 개’로 불리는 이 화석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현생 늑대보다 개 유전자와 더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개 조상이 나타난 시기가 조금 더 앞당겨졌다. 크리슈나 베라마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팀은 7000년 전에 만들어진 개 화석에서 유전자를 추출하여 돌연변이 발생 확률을 계산해 최대 4만1500년 전에 공통 조상에서 개 조상과 늑대 조상이 갈라졌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때 갈라진 개 조상을 정말 ‘개’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개의 기원을 쫓고 있는 애덤 보이코 미국 코넬대 교수는 “멸종위기에 처한 과거 개의 조상(늑대)이 생존을 위해 인간에게 길들여져 오늘날 개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드레이크 연구원도 “7000∼9000년 전 개부터 진짜 ‘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 조상의 모습은 현생 개의 유전자를 비교해 추정해 볼 수 있다. 하이디 파커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원은 현생 개 161품종의 유전자를 비교해 개 조상과 가장 가까운 현생 개를 찾아 나섰다. 연구 결과 개 조상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진화한 품종 ‘바센지’로 나타났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