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 내 곰팡이 얼마나 많을까
공기 중은 물론이고 천장이나 바닥, 벽, 배수로 등 다중이용시설 실내 곳곳에 곰팡이가 산다. 3일 국립환경과 학원에서 한 연구원이 포집기계에서 곰팡이를 꺼내 보이고 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환경부는 올해부터 다중이용시설 실내 공기질 권고기준 항목에 초미세먼지(PM2.5)와 곰팡이를 추가했다. 실내오염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공공시설 내 미세먼지의 위해성은 많이 알려졌지만 곰팡이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이용하는 지하역사와 버스 대합실, 전시관 등에서 평균 수십 마리의 곰팡이를 한숨에 들이마시고 있다.
○ 어디서든 접하게 되는 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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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역사 곰팡이 측정 모습.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환경부는 2016년 6월∼2017년 5월 1년간 지하역사, 실내주차장, 여객버스 대합실, 도서관, 전시시설, 목욕탕, 장례식장, 학원 등 18개 다중이용시설 230여 개 지점에서 실내 부유곰팡이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평균 농도가 m³당 463CFU(Colony Forming Unit·세균의 집단 군락을 세는 단위)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실내권고기준(500CFU 이하)을 아슬아슬하게 지켰다.
다만 여름과 가을의 평균 농도는 권고기준을 초과했다. 일부 시설은 겨울에도 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서울시내 3개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의 실내 부유 곰팡이 농도는 12월에도 m³당 평균 499CFU를 기록했다. 체육관 2곳은 12월 평균 373.1CFU, 전시시설 3곳은 1월 평균 농도가 303.7CFU였다. 겨울철에는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많은 곰팡이를 흡입할 수 있다.
균사라고 불리는 다세포 균류인 곰팡이는 대부분 해롭지 않다. 실제 환경부 조사에서 나온 150속 203종의 곰팡이는 병을 일으키지 않거나 일으켜도 증상이 경미해 예방과 치료가 쉬운 ‘저위험군’이었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저위험군이라도 장기간 흡입하거나 노출되면 칸디다증, 아스퍼질러스 감염증,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생길 수 있다.
18개 시설군에서 가장 고르게 발견된 곰팡이 중 하나인 클라도스포리움(Cladosporium)은 축농증과 피부·폐 감염을 일으키고 치료하지 않으면 천식 같은 심각한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곰팡이로 알려져 있다. 폐렴·뇌수막염을 일으키는 크립토콕쿠스(Cryptococcus)나 로도토룰라(Rhodotorula), 아크레모늄(Acremonium) 등 일부 곰팡이는 늦가을과 겨울철에만 발견되기도 했다. 곰팡이는 모두 여름철에 더 번식한다는 일반적 상식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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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의 곰팡이를 포집하는 모습.
겨울철 실내 곰팡이를 줄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와 청소다. 곰팡이는 적절한 습도와 온도가 주어지면 약간의 영양분만 있어도 급격히 번식한다. 여름철이라면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제습해야 하지만 바깥이 더 추운 겨울철에는 통풍을 늘려 습도와 온도를 떨어뜨리고 공기를 순환시켜 제거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에서 곰팡이를 발견했다면 즉시 건물관리인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외관상 깨끗한 다중이용시설은 곰팡이가 번식할 곳이 없어 보이지만 석고보드 뒷면이나 합판, 천장 파일의 윗부분은 물론이고 바닥매트 아래와 배관 파이프 등 곰팡이가 서식할 곳이 무궁무진하다. 만약 곰팡이를 찾았다면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눈과 코로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