競業 금지 유효기간 2일로 끝나
렌털 방식을 도입하며 국내 정수기 시장을 개척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매각 5년 만에 정수기 사업 재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웅진그룹 제공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 당시 MBK파트너스와 체결했던 ‘5년간 정수기 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競業) 금지조항 유효기간이 2일로 끝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웅진 관계자는 “국내 정수기 시장을 만들고 키워온 웅진인 만큼 코웨이를 다시 인수하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위탁생산하는 방안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재인수 또는 OEM 방안’ 투 트랙으로 진행
웅진이 이날 정수기 사업 재진출을 공식 선언하면서 국내 정수기 시장의 역사를 사실상 새롭게 쓴 윤 회장의 과거 경영 성과를 공개한 것도 이런 점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웅진은 보도 참고자료에서 1997년 말 외환위기 시절 웅진코웨이가 경영난을 겪게 되자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 대표로 내려와 렌털 마케팅을 새로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경영 기법으로 국내 정수기 시장을 석권한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웅진 관계자는 “국내에서 정수기 하면 윤 회장과 웅진코웨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라며 “코웨이를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웅진은 OEM에 필요한 업체 섭외와 영업망 구축에 필요한 인력 충원 작업도 진행 중이다.
○ 그룹 재건을 위한 윤석금의 꿈…자금 확보가 관건
2012년 계열사인 극동건설 경영난에 따른 자금 위기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던 웅진그룹은 알짜 회사인 웅진코웨이 매각 등으로 ‘발등의 불’을 껐다. 이후 웅진씽크빅, 웅진에너지, 북센 등을 필두로 한 여러 계열사의 경영 호조로 2016년 분할해 갚기로 했던 기업회생절차 채무를 98% 조기 변제했다. 이제 그룹 재건을 위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코웨이를 다시 인수하는 것이다.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며 영업사원에서 국내 재계 30위권 그룹 수장으로 성장했던 윤 회장으로서는 명예회복을 위한 마지막 목표인 셈이다.
문제는 코웨이 인수나 OEM을 위한 실탄을 무리 없이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다. 현재 웅진이 보유한 자금은 1000억 원 안팎으로 2조 원가량의 인수 자금에 턱없이 부족하다. OEM을 하더라도 영업망 신규 구축 등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