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시 사다리차 출동위한 공간, 노후아파트 주차난에 유명무실 주차금지 법안 1년넘게 국회 계류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 소방차 전용구역에 차량들이 이중 주차해 있다. ‘소방차 전용’이라는 글자 일부가 차들에 가려졌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이럴 때면 아파트 앞 ‘소방차 전용구역’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이날도 한 아파트 앞 소방차 전용구역은 세울 곳을 찾지 못한 승용차 한 대와 음식배달용 경차가 차지하고 있었다. 차량 주변 공간은 폭이 3, 4m에 불과했다. 이때 고층에 불이라도 나면 고가사다리차가 아무리 빨리 와도 무용지물이다. 고가사다리차가 제 역할을 하려면 최소 7, 8m의 공간이 필요하다. 결국 소방대원이 직접 소방호스를 들고 아파트 계단을 뛰어올라야 한다.
비상시 ‘골든타임’ 확보의 최대 걸림돌인 불법 주정차 문제는 상가 밀집 지역이나 오래된 주택가의 문제만이 아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더욱 심각하다. 아파트마다 소방차 전용구역을 그려놓았지만 주정차 금지를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 말 그대로 그림에 불과하다.
1층 주차 수요를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이 없는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역부족이다. 국내의 경우 1989년 이전 준공한 아파트에는 지하주차장이 없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주차공간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소방활동을 방해하는 주정차 차량을 엄격히 처벌하면서 해당 규정을 국민들에게 알려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