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대로 근처 이면도로 ‘고질병’… 출동방해 과태료 대상 포함도 안돼 처벌 강화 법안 3월 발의뒤 깜깜… 제천 화재 참사 되풀이될 위험성
24일 서울 강동구 주택가 이면도로 상당 부분을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차지했다.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 폭이 채 5m가 되지 않는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하지만 소방차가 들어갈 최소 공간(폭 7∼8m)이 확보된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반 승용차(2.5m)도 오가기 어려운 곳이 많았다. 모두 주정차 차량 탓이다. 양모 씨(57·여)는 “20∼30년 전부터 이렇게 차량을 세웠다. 소방차가 들어오기 힘들다는 건 알고 있지만 주차장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큰길 주변도 비슷하다. 왕복 10차로인 천호대로 근처 이면도로는 입구부터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혼잡했다. 성내전통시장과 연결되는 천호대로162길은 상가 이용객이 세워놓은 차량과 진출입 차량이 늘 뒤엉킨 상태다. 소방차는커녕 보행자도 차량을 피해 ‘곡예 보행’을 해야 할 정도다.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시장 근처 주택가에는 거주자 전용 주차공간이 있다. 하지만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S’자 운행을 해야 한다. 거주자 차량과 맞은편으로 나란히 불법 주정차 차량이 서 있기 때문이다.
광고 로드중
제천 ‘눈물바다’ 24일 충북 제천실내체육관 합동분향소를 찾은 희생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헌화한 뒤 뒤돌아서고 있다. 합동분향소에는 이틀 동안 제천 시민을 비롯해 약 3800명이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제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불법 주정차의 원인은 고질적인 주차난이다. 서울 지역 주차장 확보율은 129.2%, 주택가는 100.5%였다. 숫자만 보면 주차공간이 남는다. 하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고 지방자치단체는 민원을 이유로 불법 주정차 단속에 소극적이다.
반면 유럽은 길이 좁고 일방통행도 많지만 불법 주정차에 엄격하다. 영국에서는 ‘화재와 구출 서비스법’에 따라 소방관은 차량 소유주 동의 없이 차를 옮기거나 부술 수 있다. 또 런던을 제외하고 차도 가장자리나 인도에 걸쳐 차를 세우는 게 허용됐지만 이를 개정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선 내년 5월부터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새로운 소방기본법이 시행된다. 소방차 출동을 방해하면 운전자에게 과태료 200만 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는 상대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릴 때만 해당된다. 불법 주정차 차량은 제외다.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위반 과태료 4만∼6만 원이 전부다. 뒤늦게 골목길 모퉁이나 소방시설 주변을 ‘주정차 특별금지구역’으로 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올 3월 발의됐다. 현행보다 2배 이상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된 뒤 이렇다 할 논의도 없다.
광고 로드중
서형석 skytree08@donga.com·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