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군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군인이 징역형을 받은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으로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늘어나고 있지만 군 법원은 이런 여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군대 내 성폭력에 대한 인권침해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5월 해군에서 복무하던 여군 대위가 성폭력 피해를 입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난 뒤 6개월간 여군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 173건에 대한 기록 및 판결문을 검토하는 등 조사를 벌여왔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4~2017년 일어난 성폭력 피해 형사사건의 가해자 189명 중 중 징역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9명(4.7%)에 불과했다. 집행유예는 22명(11.6%), 선고유예는 9명(4.7%) 벌금형은 12명(6.3%)이었다. 일반 법원으로 이송된 경우(102명)를 제외한 87명 중 무죄를 받은 사람의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0.3%에 달했다. 지난해 공군에서는 한 부사관이 여성 장교의 허벅지를 세 차례 만진 혐의로 기소됐지만 “술에 취해 저지른 우발적 범죄”라는 이유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일부러 사건을 오래 끌어 피해 여군이 재판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며 “고위급 남성 지휘관들이 여군을 정말 전우로 생각하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