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 ‘도쿄 대승’…E-1 2연패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악착같은 승부를 펼치며 4-1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2015년 대회에 이어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5월 24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긴 이후 7년 7개월 만에 일본전 승리도 맛봤다. 이날 후반 24분 네 번째 골을 넣은 염기훈(수원)은 7년 전 승리 당시 결승골을 넣은 박지성(은퇴)이 일본 응원단을 바라보며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며 펼쳤던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집중력과 활동량이 돋보였다. 선수들은 느슨했던 중국전, 북한과의 경기와는 달랐다. 최전방에서 김신욱과 투 톱으로 짝을 이룬 이근호(강원)를 비롯해 이재성 김진수(이상 전북), 김민우(수원), 고요한(서울) 등이 부지런히 뛰며 90분 내내 주도권을 쥐었다.
이재성에게 상대 수비가 쏠릴 때면 4-4-2 포메이션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민우가 활동 폭을 넓혔다. 중앙과 오른쪽까지 폭넓게 뛴 김민우는 공을 중심으로 대표팀이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전체 공 점유율은 일본이 50.2%, 한국이 49.8%였지만 실속은 한국이 챙겼다.
정우영(충칭 리판)의 패스 조율을 받은 이들이 일본 수비 좌우를 흔들면서 196cm의 김신욱 사용법이 모처럼 제대로 가동됐다. 김신욱은 한결 수월하게 키가 작은 마크맨과 자신 있게 일대일 싸움을 벌일 수 있었다.
한국은 전반 시작하자마자 일본에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전반 13분 상대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김진수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를 넘어 김신욱의 머리에 정확하게 배달되며 빠른 시간 안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전반 22분 정우영의 그림 같은 역전 프리킥 골에 이어 전반 35분 김신욱의 골, 후반 24분 염기훈의 추가골로 대승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한일전 대패 소식을 전했다. 일부 언론은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겨도 될지 의문을 표시했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