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중립성 폐기’ 국내 논란 재점화
“국내 망 중립성 논의 초기에는 통신사가 포털과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어 경쟁 서비스 차별 가능성이 문제됐지만 현재는 모두 접었다. 망 중립성 완화를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통신업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4일(현지 시간)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결정한 이후 국내 통신·인터넷 환경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사 등 네트워크사업자가 망을 이용하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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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터넷 기업들은 미국의 이번 결정이 한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17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FCC의 결정이 인터넷기업 혁신과 스타트업 의지를 꺾어 인터넷 생태계 전반을 위협할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주장에는 글로벌 인터넷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정책을 무시 못 할 한국 정부의 입장 변화를 미리 견제하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 200여 곳이 속한 단체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협회장을 맡고 있다.
당장에는 미국의 결정이 한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 정부는 2011년 가이드라인 형태의 망 중립성 지침을 시행한 이후 올 8월부터 망 중립성 강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자 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 고시 제정안을 운영하고 있다. 네트워크 접속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는 문재인 정부는 망 중립성을 강화하는 기조로, 미국 상황과 정반대의 노선을 가고 있다.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면 현재 무료로 제공되는 동영상 플랫폼 등이 유료로 전환되거나 속도가 느려지는 등 서비스 차별이 발생하고,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자리 잡는 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미국의 정책 노선에 발맞추기가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더구나 이번 결정이 미국 내에서도 큰 반발에 맞닥뜨렸다는 점도 미국 노선을 따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FCC 결정에 넷플릭스 등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소송 불사 방침을 확인했고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타클래라 카운티 등 일부 지역에서는 FCC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법적대응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여기에 통신사들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규제가 강한 국내 상황도 망 중립성에 관한 논의를 잠잠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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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