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처음으로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한국과 중국은 함께 번영해야 할 운명공동체”라며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의 마음으로 협력한다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포럼과 동포간담회에서 난징대학살과 관련해 거듭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난징대학살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14억 중국인들에게 한국인의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동주공제의 정신으로 한중 관계를 복원하려는 의지를 중국 지도부에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오늘 문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지만 공식의제조차 명확하게 잡지 못하고 공동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조차 갖지 않기로 한 상태에서 열리는 회담이다. 사실 북핵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한중 양국의 핵심 현안은 북한 미국 등이 연관된 문제로 애당초 양국 정상의 의지만으로는 쉽게 풀기 어려운 사안이다. 그보다는 두 정상이 어느 정도의 열의를 갖고 회담에 임하느냐가 한중관계를 진전시키느냐, 퇴보시키느냐를 가르는 관건이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에 임하는 중국 측 분위기는 냉랭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어제 문 대통령의 방문을 3면 1단 기사로 짤막하게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환영식은 문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한 지 30시간이 다 돼서야 열린다. 중국 지도부가 대거 난징대학살 추모 행사에 참석한 데 따른 것이겠지만 주변국을 압박하려는 고압적 자세가 엿보인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도 사드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3불(不)은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주권의 문제지, 중국이 간섭하거나 강요할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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