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서문/니체 외 29인 지음/장정일 엮음/368쪽·1만6000원·열림원
1500년 네덜란드의 인문학자이자 가톨릭 성직자인 에라스뮈스가 쓴 ‘격언집’ 서문. 열림원 제공
“수영장에서 아무 준비 없이 물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사람처럼 서문을 생략하고 본문을 읽는 것은 준비와 목표 없이 떠나는 여행과 같다.”
이처럼 저자가 서문을 중시하는 이유는 서문이 양은 본문보다 적지만 글쓴이의 욕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서문을 “책을 해설해주는 최고의 참고서”라고 평가하는 저자가 고전 명서 중 30권의 서문을 추려 정리한 책이다.
출판이 자유로워지면서 서문은 예술성과 작품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는 1857년 현대 시의 원천으로 불리는 ‘악의 꽃들’을 썼다. 그는 서문에서 “우둔함과 과오, 죄악과 인색이 우리 마음속에 친근한 뉘우침을 기른다”라는 한 편의 시를 담았다.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는 서문에서 “저자는 걸리버의 친구”라며 풍자 소설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 다윈의 ‘종의 기원’,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 등 문학, 철학, 역사,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 중 하나다.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