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사회부
하지만 주민들의 속내는 달랐다. 여전히 무겁고 착잡했다. 선창1호 선장을 비롯해 희생자 상당수는 이곳 주민과 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한 주민은 “사망자의 조카를 우연히 섬에서 봤다. 그런데 아직 삼촌이 어떻게 숨졌는지 잘 모르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사고 당일 해상에서 3명의 시신을 수습한 어느 선장은 “현장에서 펑펑 울었다. 선착장으로 돌아와서도 술을 잔뜩 마셨다”고 털어놨다.
취재차 사흘간 머물렀던 영흥도를 떠나 인천해양경찰서로 가기 직전 취재에 도움을 준 A 선장으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개가 도착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국무총리 주재 화상회의(3일)에서 이번 사고의 이름을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사고’로 통일해 달라고 건의했다는 뉴스 내용이었다. A 선장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시가 주민들이 겪는 충격과 아픔보다 이미지만 먼저 생각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이곳도 인천광역시이고 우리도 인천광역시민이다”라며 섭섭해했다.
A 선장의 서운함은 단순히 이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옹진군의회 소속 한 군의원은 “사고 재발 방지 대책과 지원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진 뒤 이름 변경을 거론했다면 주민들도 섭섭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두선착장의 낚싯배들은 겨울철 약 3개월 동안 휴식기를 가진다. 그러나 내년 봄이 왔을 때 과연 영흥도 앞바다를 향해 출항할 수 있을지 누구도 안심하지 못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