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이에 앞서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건설업자로부터 3억 원대의 뇌물을 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선거 치르느라 진 빚 4억 원을 갚으려 뇌물을 받았다는 게 검찰 조사 내용이다. 그가 선거에서 쓸 수 있는 비용제한액은 인천시장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13억여 원이었다. 당선됐으니 한도 내에서만 썼다면 전액을 보전받았을 텐데 왜 빚을 지고 뇌물을 받았는지, 혹시 법정 비용을 다 쓰고 몰래 돈을 더 쓴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울산 김 교육감도 선거 비용과 관련된 의심을 받고 있는 터다. 그러니 이 둘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 교육감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선거 비용을 아무 문제없이 마련해 사용했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광역시장, 도지사와 같은 규모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교육감 후보는 정당 후보가 아니다. 혼자 힘으로 사람과 돈을 동원하려다 어두운 거래와 손을 잡곤 했다. 당국도 교육에 정치가 관여하면 안 된다고 인식하니 교육감은 정당 공천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외고 자사고를 없애려 하고 전교조의 가치를 중시하는 교육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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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교육부는 교육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줘 ‘교육자치’를 실현하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4차 산업혁명시대와 학교 특성에 맞는 학생을 다양한 방식으로 뽑을 수 있게 해달라는 대학의 요구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등록금 책정 역시 학부모의 반발 여론을 등에 업고 대학의 자율권을 훼손하는 건 물론이다. 이래서야 경쟁력 있는 글로벌 인재 육성이 가능하겠나.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제 대학 총장에게 학생 선발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대학이 시대 흐름에 맞는 학생을 뽑기 위해 지금보다 창의적이고 변별력 갖춘 선발 방식을 도입하면 고교는 그에 맞춰 움직이게 된다. 정치색 짙은 교육감의 생각 탓에 학생에게 필요한 학업이 2순위 3순위로 밀려나는 지역이 한둘 아니다. 여기에 획일적인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는 일상화된 지진 앞에서 수명을 다했음을 분명하게 알렸다.
직선제의 명분만 앞세운 교육감이 이 나라 교육을 제대로 이끌었던가. 그보다는 사상 동지의 일자리를 늘리거나 자기 주머니 두둑하게 챙긴 흔적이 더 눈에 띈다. 여하튼 교육감 직선제는 개선되지 않는다고 칠 때 대학 총장에게 학생 선발권만 줘도 지금보다는 몇 배 나은 교육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데 주저 없이 내 표를 던지고 싶다.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