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7’의 기조강연자인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며 “한국 국민과 공직자들이 성장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각 영문 머리글자를 따 BAT로 불리는 이들은 중국을 넘어 세계 정보기술(IT) 산업계를 선도하는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다.
코틀러 교수는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계적인 경영학 석학이다. IBM, 제너럴 일렉트릭 등 글로벌기업의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비즈니스의 흐름을 읽는 혜안을 가진 그의 말이 의미심장한 것은 한국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고언이면서, 정부에 대한 규제개혁 촉구로도 들리기 때문이다. 코틀러 교수는 기업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한 신사업 발굴, 기존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파괴적 혁신을 주문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업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들이 변화와 혁신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운신의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현실은 세계적인 추세와 동떨어져 있다. 중국 텐센트는 스마트폰 앱 하나로 펀드 투자 등 자산 관리를 할 수 있게 했지만, 한국에서는 핀테크 기업이 증권사 펀드나 은행 대출상품 등을 추천만 할 수 있을 뿐 판매할 수는 없다. 이승건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이 “국내에서 텐센트 같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이 나오려면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