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낚싯배 전복]낚싯배 충격 얼마나 컸나
그래픽 김성훈·서장원 기자
○ 질주하는 코끼리에 사람 치인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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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전문가들은 이런 정도의 충격에 대해 ‘질주하는 코끼리에 사람이 치이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운항훈련원장)는 “배에 구멍이 뚫릴 정도의 충격이라면 배에 탄 사람들이 혼절한 상태에서 바닷물에 잠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대형 유조선이나 급유선이 작은 규모의 배와 충돌하는 경우 늘 소형 배가 큰 피해를 입는다. 2일 오전 7시 48분 전남 여수시 돌산읍 신기항 앞 500m 해상에선 2.96t 어선과 677t 여객선이 충돌했다. 어선은 군내항에서 횡간도로, 여객선은 신기항에서 금오도로 운항 중이었다. 충돌 당시 해상은 전방 6km까지 보일 정도로 청명했다. 두 선박은 시속 12km 속도로 정상 운항 중이었다.
두 배의 충돌로 어선이 전복됐다. 선장 문모 씨(71)와 부인(62)은 바다로 튕겨 나갔다. 두 사람은 인근에서 낚싯배 안전 관리 중이던 여수해양경찰서 연안구조정에 구조돼 생명을 건졌다. 해경은 여객선 선장 한모 씨(59)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한 씨는 해경 조사에서 “어선을 800m 떨어진 곳에서 목격하고 100m 거리까지 다가오자 기적을 울렸지만 충돌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어선 선장 문 씨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충돌을 당한 작은 배가 강철로 만들어졌더라도 큰 피해를 입는다. 지난해 8월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인 존S매케인함(8600t급)은 싱가포르 동쪽 믈라카해협에서 라이베리아 선적 3만 t급 유조선 알닉MC호에 충돌했다. 당시 매케인함 좌현 선미 부분이 파손돼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반면 유조선의 피해는 경미했으며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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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유선 명진15호 3일 낚싯배 선창1호를 들이받은 336t급 급유선 명진15호의 모습. 해경 제공
해경은 급유선이 과속을 하지 않았는지도 조사 중이다. 선창1호가 급유선의 앞쪽에 있었기 때문에 과속을 했다면 급유선의 선장 등 운항 관계자가 AIS를 뒤늦게 확인했더라도 추돌을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AIS는 급유선과 같은 대형 선박은 물론이고 선창1호와 같은 낚싯배에도 장착돼 있다. 해경은 선창1호의 선장도 AIS를 제대로 확인했다면 급유선이 뒤편에서 다가오는 사실을 알고 추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선창1호와 같은 낚싯배의 AIS 같은 장비들이 정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관리는 사실상 해당 배의 선장들이 자율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옹진군 관계자는 “선창1호는 원래 어선이었는데 2009년 개조해 낚싯배로 등록했고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인증한 검사증을 제때 제출해 왔다”고 말했다.
해경은 선창1호의 과속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일부 낚싯배는 1000마력짜리 고속 엔진을 달고 질주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선창1호의 생존자들은 “사고 당시 배가 속도를 낸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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